가치혁신은 '저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이 도입하기에 최적인 전략이다.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계가 풀지 못한 화두는 바로 '21세기에 우리 민족이 무얼 먹고 살 것이냐'하는 것이었다. 그 답을 줄 수 있는 전략론이 바로 가치혁신론이다. 한국이 부딪힌 벽은 어쩌면 그동안 추진해온 경쟁 전략의 부작용인지도 모른다. 가치혁신론으로 보면 일본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것이나 중국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는 것이 모두 문제를 잘못 파악한 것이다. 경쟁전략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기술력이 뒤지고 중국에는 원가경쟁력이 상대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국가전략이든 기업전략이든 공허한 구호가 될 수 밖에 없다. 가치혁신은 우리 경제계의 해묵은 사양산업논쟁에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사양산업을 가치혁신을 통해 성장산업으로 바꾼 예가 얼마든지 있다. 세계 3대 시멘트 생산 업체인 멕시코의 세멕스(Cemex)를 보자. 이 회사는 산업재인 시멘트를 감성적 소비재로 바꾸었다. 세멕스는 "당신이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시멘트를 선물하라"고 광고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정을 꾸며줄 수 있는 선물로 시멘트를 새롭게 자리매김시키면서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 시장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게 된 수익성 위주 경영에도 가치혁신이 필수적이다.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새 비즈니스에 투자한 1백개 기업을 20년간 분석한 결과 경쟁자 모방 전략 사업 투자가 86%, 가치혁신에 입각한 비즈니스는 14%였다. 그러나 총 이익 측면에서 볼 때는14% 밖에 안되는 가치혁신 비즈니스가 거둔 이익이 무려 6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다 가치혁신은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술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개발 과정부터 가치혁신의 논리가 적용된다면 모토로라의 이리듐, 필립스의 CD-i, 몬산토의 유전자변형종자처럼 힘들게 개발한 기술들이 시장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다.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끝없는 경쟁에 승부를 걸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가치혁신을 도모할 것인가.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