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고인이 된 현대 정주영과 삼성 이병철 등두 거대 재벌 총수를 소재로 오는 5월부터 방송예정인 문화방송 드라마 '영웅시대'를 놓고 현대와 삼성이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한 시기에 대기업의 성장사가 TV 드라마를 통해 방송될 경우 '반기업' 정서 확대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와 삼성은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가급적 드라마를 방송하지 말아달라'는 간곡한 뜻을 최근 문화방송측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수차례에 걸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와 삼성은 두 그룹이 군사정권 시절 권력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과정이방송될 경우, 대선자금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창작성을 침해해서는 안되지만 대기업의 성장사를 극적으로 묘사하다보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길 수 있는 요소가 부각될 수도 있다. 최근광고주협회를 통해 우려의 뜻을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당초 현대가(家) 중심의 스토리였으나 나중에 삼성이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드라마가 방송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방송되더라도 방송사측은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한 임원도 "예민한 시기이고 관련 당사자들이 현존해 있는만큼 이같은드라마의 방영은 부적절하다"며 "드라마가 극적요소를 고려하다보면 사실보다는 흥미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현대의 경우 '영웅시대'의 작가에게도 '드라마를 내보내지 말아달라'는 공문을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업계 일각에선 '두 기업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반기업 정서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가문의 자식관계와 출생의 비밀 등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게 될것을 우려하는 부분이 더 클 것'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문화방송이 올해 드라마중 주력상품으로 삼는 '영웅시대'는 현대그룹과 삼성그룹 창업주의 어린 시절부터 사망때까지 펼쳐온 기업활동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으며 정주영 역은 차인표, 이병철 역은 전광렬이 각각 맡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기자 faith@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