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떨어지는 때다. 그동안 맛있게 먹던 김장김치와 절임반찬에도 젓가락이 잘 가지 않는다. 비상수단으로 밥을 물에 말아 먹어 보기도 하지만 개운치 않다. 가족들의 반찬투정이 늘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맘때다. '똑똑한' 반찬 하나만 있으면 밥 한그릇을 가볍게 비울 것 같은데. 주부들이여, 이번 주말에는 봄나물 시장에 가보자.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할인점 백화점에 봄나물 천지다. 흙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노지산 나물과 하우스 나물이 쇼핑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도매시장인 가락동 시장은 봄나물 거래로 바쁘다. 냉이가격은 지난해 비해 조금 비싼 편이다. 4㎏ 기준으로 1만1천원. 작년에 5천원선이었다. 달래는 4㎏짜리 상품이 1만6천원이다. 달고 큰 거문도산 쑥은 한 상자 도매가가 1만5천원 선이다. 목포산은 5천원. 예년보다 물량이 달려 귀한 대접을 받는 원추리는 8천원선이다. 송치열 중도매인은 "깨끗한 맛에 하우스서 자란 나물이 선호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노지 나물이 향도 강하고 맛이 더 난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다양한 판촉전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수도권 전점포에서 오는 22일까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재배된 봄나물을 모아 '산지직송전'을 연다. 또 다음달 6일부터는 강원도 일대 산에서 채취한 자연산 나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과 스타수퍼에서 '봄나물 미각 초대전'을 진행 중이다. 주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할인점에도 봄나물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마트는 설 이후부터 봄나물을 조금씩 선보이기 시작해 지금은 별도의 판매대를 만들어서 '봄나물 모음전'을 실시 중이다. 롯데마트는 18일까지 전점포에서 봄 미각을 돋울 수 있는 '생생 봄나물 초특가전'을 연다. 이마트의 이규철 바이어는 "올해 기후가 따뜻해 좋은 품질의 봄나물이 많이 재배됐다"면서 "가격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봄나물은 금방 조리해 먹어야 한다. 한 가족용으로 적당한 양은 1백g 정도. 하나로클럽에서 냉이는(1백g) 5백60원에 판매된다. 냉이와 함께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좋은 쑥이(1백g) 9백30원. 환절기 잃은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인 달래는(1백g) 6백90원이다. 가을이 제철이지만 겨울 끝 무렵에도 구경할 수 있게 된 두릅은 1백50g 한 팩에 1천8백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더욱 향긋하다. 비빔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아삭아삭한 맛이 더욱 일품인 돌나물은 1백g당 1백70원이다. 그 외에도 씀바귀(1백g 1천3백20원), 보리순(1백g 7백10원), 봄동(1백g 7백80원) 등이 판매대를 채우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최고 30%까지 할인돼 1백g 기준으로 냉이 3백80원, 달래 6백80원,쑥 2백98원, 두릅 2천4백80원에 팔린다. 식품업계도 소비자의 입맛을 겨냥한 각종 봄식품을 내놓고 있다. '종가집 김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두산주류식품BG는 식탁에 봄내음을 전달하기 위해 신선한 봄나물과 봄김치를 내놨다. 주요 상품으로는 모듬맛김치, 통얼갈이, 열무얼갈이, 봄동달래김치, 유채달래겉절이 등이 있다. ㎏당 가격은 6천2백∼9천원대이다. 봄동달래김치는 향이 좋은 달래와 파릇파릇한 봄동을 숭덩숭덩 썰어서 양념에 버무린 것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제주도 유채달래겉절이는 제주도의 특산물 유채와 금귤을 넣어 상큼한 겉절이 양념으로 버무린 봄김치. ㈜한성식품도 제철 채소로 만든 사각한 봄김치를 내놨다. 촉촉하게 배어 나오는 물기로 까슬까슬한 입맛을 되살려주는 오이소박이와 나박김치가 주력상품이다. 오이소박이는 오이의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오이의 향이 특징이다. 연한 조선 오이에 칼집을 넣어 소금에 살짝 절인 후 준비한 부추 당근 양파 등의 야채로 속을 넣어 익혔다. 필요할 때 조금씩 구입해 먹어야 제맛이 난다. 3㎏에 2만5천원이다. 고기완ㆍ백광엽ㆍ송주희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