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1 23:21
수정2006.04.01 23:24
지난 6일 오전 말쑥한 정장 자림의 김대만씨(45ㆍ가명)가 서울 명동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에 나타났다.
겉으론 기업체 임원급처럼 보이는 김씨.
하지만 그는 신용불량자였다.
"저…주식 때문에 빚을 많이 져 신용불량자가 됐는데요. 채무재조정을 받을 순 없을까요."(김씨)
"총 채무가 3억원이 넘는군요. 죄송하지만 3억원 이상 채무자는 신용회복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신용회복위원회 상담원)
무려 3억원이 넘는 빚을 져 '신용회복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김씨.
직장도, 집안도 번듯했던 김씨가 이처럼 망가진 이유는 뭘까.
◆ '몰빵 투자'가 화(禍)를 불렀다
김씨는 지난 1999년 말 처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당시는 코스닥 광풍이 휘몰아치던 시절.
자고 나면 주가는 벌겋게 올라 있었다.
투자를 시작한지 석 달 만에 약 80%의 수익을 냈다.
첫 투자에서 '홈런'을 치자 욕심이 생겼다.
살고 있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 금액을 5배로 늘렸다.
재벌의 길이 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000년부터 코스닥 시장은 '구멍난 낙하산'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벌었던 돈을 포함해 원금의 절반 가량을 까먹었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던 김씨.
결국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인 주가지수 옵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주가가 오르건 내리건 돈을 벌 수 있을 뿐더러 제대로만 주가지수의 방향성을 맞히면 하루에 두세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다렸던 한방'은 터지지 않았다.
마이너스 통장과 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끌어써 가며 옵션투자를 했지만 남은 건 깡통계좌뿐이었다.
그러던 사이 '빚이 빚을 불리는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총 채무는 3억4천만원으로 불어났다.
아파트 담보대출까지 받아가며 시작한 '몰빵투자'가 '신용불량자'라는 재앙을 부르고 말았다.
◆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
김씨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선 전체적인 자산운용방법에 대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증시 격언.
이는 투자종목을 분산해 리스크(위험)를 줄이라는 뜻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 말은 개인의 자산관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규칙"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자산관리 비법으로 '자산 3분법'을 제시했다.
부동산, 은행상품, 유가증권에 자산을 1:1:1의 비율로 나눠서 투자하라는 뜻이다.
부동산 투자는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게 장점이다.
하지만 환금성(원할 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이 떨어진다.
예금 적금 신탁 등으로 구성된 은행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지만 수익이 기대에 못미친다.
주식 채권 등의 유가증권은 제대로만 투자하면 짧은 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골고루 투자'를 통해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전략이 '자산 3분법'인 셈이다.
조흥은행 서춘수 재테크 팀장은 "적은 돈이라도 반드시 포트폴리오에 따라 투자해야 한다"며 "내집마련을 위해 목돈을 불릴 때도 자산 3분법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린치도 '주식투자는 내집 마련 이후에 하라'고 말했다"며 "특히 내집마련을 앞당기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제생활의 나침반을 마련하자
야간 등산을 즐기는 등산마니아라면 칠흙 같은 어둠속에서 한 번쯤 길을 잃어 당황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때 필요한 건 나침반이다.
현재의 위치와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경제생활에서도 개인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나침반이 있다.
바로 '자산상태표'와 '수지상태표'다.
자산상태표란 개인의 재무상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기업으로 치면 대차대조표다.
자산상태표를 이용하면 내가 가진 돈은 얼마이며, 얼마의 돈이 남는지, 진정한 내 재산은 얼마인지 알 수 있다.
나의 재무사항을 정확히 파악,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재무설계를 하도록 도와준다.
재무설계란 개인과 가족이 기대하는 경제생활을 위해 현재 또는 미래의 소득과 자산을 증가시키고 보전하기 위한 계획을 뜻한다.
자산상태표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으면 무리한 투자는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내 재무상태에서 감당할 수 있는 합리적 투자를 하게 된다는 얘기다.
수지상태표란 수입과 지출을 정리하는 일종의 가계부다.
기업으로 치면 손익계산서다.
수지상태표를 활용하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곳에 소비하고 있는지, 과소비를 하는지, 다른 소득원은 없는지, 얼마나 저축할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과소비로 인해 개인의 재무상태가 망가지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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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한국경제신문사는 신용불량자를 예방하고 신용사회 정착을 위해 '신용관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신용관리 교육에서는 신용관리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신용관리 방법이 소개됩니다.
신용관리 교육을 받기 원하는 고등학교나 대학교, 지자체 및 일반단체는 한국경제신문사 문화사업팀 (02)360-4520으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며 참가비는 없습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