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될 것으로 여겨졌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이 또다시 무산되자 주(駐)칠레 한국대사관과 한국 기업들은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신장범 주칠레대사는 9일 "칠레 정부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돼 한국에 대한 칠레 국민들의 시각이 악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신 대사는 "칠레 언론은 한국이 오늘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거의 매일 보도해왔다"며 "칠레 상원이 종전의 입장을 바꿔 동의안을 통과시킨 것도 한국 국회가 9일 비준안을 처리한다고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대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유구한 역사와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하는 국가가 이런 문제 하나를 정치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계는 이번엔 FTA가 당연히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 환영 성명까지 미리 작성해 뒀으나 비준안이 연기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만큼은 반드시 한ㆍ칠레 FTA가 비준될 것으로 봤다"며 "칠레에 대한 수출이 더욱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물론이고 한국의 자유무역 의지에 대한 각국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돼 수출 전반에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도 "한ㆍ칠레 FTA 비준이 무산됨에 따라 한ㆍ일, 한ㆍ싱가포르 FTA 추진 일정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날로 치열해지는 경제전쟁에서 중남미 시장 상실은 물론 국가신인도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FTA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 무역의 흐름"이라며 "국회는 그동안 시장점유율 하락 등으로 고전한 우리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협정안이 조속히 비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영ㆍ류시훈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