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계청이 8일 발표한 '1월중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중 생활물가(공산품 집세 공공요금 등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품목의 가격변동을 반영한 지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 증가, 1월의 상승률로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를 뜻하는 '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나타내는 'inflation'이라는 용어를 합친 합성어다.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와중에 물가마저 뛰어 국민들의 어깨가 한없이 무거워지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는 물가하락과 짝을 이뤄 나타난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이 소비지출을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물건 값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마련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1970년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중동전쟁으로 인해 73년10월부터 넉달간 원유가격이 네배 이상 오르자 세계 각국은 수년간 전례없는 불황과 물가고에 시달렸다. 당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70년)인 폴 새뮤얼슨은 20세기 들어 처음 맞는 이같은 경제현상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제 원유 가격 등 수입물가가 급등할 때 나타난다는게 가장 일반적인 설명이다.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기업의 생산원가가 높아져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면 소비자들의 수요도 감소,결국 경기침체라는 반갑지 않은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 과열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돼 있는 상황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은 나타날 수 있다. 경기가 하락추세로 반전하더라도 물가는 일정 기간 관성을 갖고 오름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