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의 한 경찰서가 절도혐의로 전단 수배한 용의자가 다름 아닌 같은 경찰서의 경찰관으로, 8개월간 동료들과 함께 근무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 7일 창원서부 및 함안경찰서에 따르면 함안경찰서에 근무했던 황모(34.전 경장)씨는 지난해 4월13일 오후 함안군 산인면 입곡유원지 도로변에 주차된 김모(45)씨소유의 티코승용차 문을 미리 준비한 쇠자로 따고 현금 12만원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훔친 뒤 인근 금융기관에서 김씨 카드로 60만원을 인출했다가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그 화면상의 절도현장 모습을 담은 수배 전단 300여장을 제작해 인근 경찰서들은 물론 함안경찰서와 지구대내 곳곳에 붙였다. 그러나 절도범인 황씨는 동료들로 부터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은 채 지난해 12월5일 검거될 때까지 무려 8개월이나 함께 버젓이 근무해 왔다. 황씨는 또다른 절도 행각을 벌이다 꼬리가 잡히게 됐는데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창원시 북면 목욕탕 주차장에 세워둔 강모(39)씨 소유의 승합차에서 같은 수법으로 현금 16만원과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털고 이어 카드로 420만원을 인출했다가 폐쇄회로 TV에 얼굴을 찍히면서 결국 이웃 창원서부경찰서에 검거됐다. 범죄자를 잡는 것이 임무인 경찰관이 범행을 저지른 채 태연하게 경찰서에 근무한 것도 그렇지만 동료 경찰들이 8개월이나 그런 킴새도 못챈 채 함께 근무한 이번 일을 놓고 `이러고도 경찰이라 할 수 있냐'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함안경찰서 관계자는 "폐쇄회로 화면 자체가 선명하지 않은데다 모자를 쓰고 마스크까지 끼고 있어 인물 파악이 잘 안됐고 무엇보다도 `경찰관이 설마 절도짓을 할 줄이야'하며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함안=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ym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