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3일 북반구의 인간독감 바이러스가 베트남에 상륙한 뒤 조류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한 뒤 치명적인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성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WHO의 이런 경고는 베트남 중부고산지대인 타이응웬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코호족 출신 18세 청년이 호치민시의 열대질병병원에서 전날 숨진 직후 나온 것으로주목된다. 이 청년의 사망으로 지금까지 조류독감으로 인해 숨진 베트남인은 모두 9명으로늘어나게 됐다. 밥 디에츠 WHO 베트남사무소 대변인은 "베트남에서 인간독감 바이러스에 대한여러 가지 보고를 접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확산됐는 지에 대해 설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미 시게루 WHO 서(西)태평양지역 대표도 최근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1가 인간독감 바이러스인 H3N2와 결합할 경우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할 수도있다고 경고했다. H3N2 바이러스는 현재 아시아를 향해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에츠 대변인은 "H3N2 바이러스가 북반구에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베트남에서도 활동하지 않으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독감 바이러스와 조류독감 바이러스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증거는 포착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WHO 전문가들에 따르면 H3N2 바이러스는 꽤 공격적인 인간독감 바이러스 가운데하나이지만 대규모로 위협이 되는 것으로는 분류되어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H5N1바이러스와 H3N2 바이러스가 결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예측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미 대표는 최근 베트남 등에서 검출된 H5N1균이 6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지난 1996년 홍콩에서의 그것보다 병리학적으로는 훨씬 강력하다며 경고했다. 특히 WHO가 지난달 23일 베트남에서 조류독감으로 숨진 23세와 30세된 두 자매가 먼저 사망한 오빠로부터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에 감염, 인간 대 인간 감염의 첫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오미 대표의 경고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이런 가능성 제기와 달리 WHO는 공식적으로는 아직 인간 대 인간감염을 보여주는 확정적인 물증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WHO는 또 두 자매의 사망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닭 등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가금류와의 접촉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2일 숨진 18세 청년의가족은 음식점을 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닭털이 발견됐으나 정확한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아직 불분명한 상태다. 베트남 농촌개발부는 2일 현재 전국 64개성 가운데 47개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으며, 발생지역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금까지 800여만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살(殺)처분하고 총리 특별지시로 가금류의 전국유통을 금지했다고 발표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