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태국,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전역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조류독감의 확산을 차단하는 방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감염지역에서의 닭이나 오류 등 가금류를 모두 살(殺)처분하는 것이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주장이 제기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살 처분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훨씬 더 위협적인 형태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식량기구(FAO)는 최근 조류독감 대책과 관련한 성명을 통해 감염지역의 가금류를 전부 살처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FAO는 그러나 이에 따른 피해보상 문제를 놓고 일부 아시아국가들이 감염지역에서조차 충분한 살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재정.기술적 지원을 호소했다. FAO는 또 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방역복과 살균제 사용 등 가금류 살처분에 관련한 엄격한 지침을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같은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면서 어려움이 많음을 시인했다. 지금까지 FAO의 이런 권고를 가장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따르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1일 현재 전국 64개성 가운데 47개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해 인간 대 인간 감염가능성이 있는 2명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숨진 베트남은 이날까지 700여만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데 이어 판 반 카이(Phan Van Khai)총리의 특별지시로 가금류의 전국유통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특히 3일부터 5일까지 로마에서 열리는 FAO, WHO 및 세계수의학협회(WVA) 전문가합동회의를 통해 살처분 등 확산차단책의 효과를 집중설명하는 한편 이와관련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할 예정이다. 그러나 FAO의 이런 권고와 달리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최근 WHO 관계자들의말을 인용해 가금류의 살처분이 바이러스 변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WHO와 FAO 등 세계보건 관련 전문가들이 조류독감 확산 억제를 위해서는 감염지역 가금류의 신속한 살처분을 촉구하면서도 가금류와 살처분작업을 진행하는 인간들 간의 접촉으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통상적인 인간의 독감유전자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현재 조류독감 변종은 사람들과의 접촉에서 감염되지 않고 가금류 또는 감염환경에서 직접 접촉해야만 감염되지만 일반 독감에 감염된 사람이 적응력이 뛰어난 조류독감에 감염될 경우 두 바이러스가 유전자 교환을 통해 치명적이고 전염성이 강한신종바이러스를 생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WHO도 H5N1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감염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 바이러스가 인간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할 경우 치명적인 새 바이러스를 만들고 인간 대 인간 감염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킬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WHO의 이런 경고는 지난 달 22일 베트남 북부 타이빙성에서 숨진 두자매가 먼저사망한 오빠로부터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발표하면서 더욱 신빙성을얻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엔 보건 관련 전문가는 "조류독감 차단책을 놓고 한쪽에서는 살처분을 강조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살처분이 바이러스 변이와 이에 따른 인간 대 인간 감염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며 상반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 "조류독감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선한 특파원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