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영향으로 원ㆍ엔 환율이 작년 초에 비해 1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엔화대출 만기가 올해 대거 돌아온다. 이에 따라 그동안 금리가 싸다는 점에 끌려 경쟁적으로 엔화 자금을 빌려썼던 기업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전망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 기업 신한 등 국내 9개 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작년 말 현재 총 1조2천9백64억엔(한화 약 14조3천5백억원)으로 이 중 2천7백84억엔이 올 상반기 중 만기도래한다. 올해 전체로는 6천75억엔의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금융계 관계자는 "원ㆍ엔 환율이 작년 1월31일 1백엔당 9백85원에서 지난달 30일 1천1백6원으로 1백21원(12.3%)이나 올라 엔화대출 이용기업들이 대부분 1백엔당 1백원 안팎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엔화대출의 경우 1년짜리 운전자금 대출이 많은 데다 환헤지(위험회피) 비율이 전체의 10%에도 못미쳐 기업들이 환차손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기업은행에서 환헤지가 가능한 환율상한옵션부 대출을 쓴 기업은 전체 엔화대출 고객중 2.25%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엔화대출은 금리가 싸다는 이점 때문에 작년 초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병원 약국 음식점에 이르기까지 '묻지마 대출 붐'을 일으켰던 인기상품이었다. 은행들도 0%에 가까운 금리로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2.5% 수준의 마진을 붙일 수 있어 경쟁적으로 대출확대에 나섰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대부분이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환헤지를 하지 않았다"면서 "그동안 환율이 크게 올라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하지만 신규대출을 제한하거나 만기연장하는 방법 외에 특별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