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 1弗 1180원선 붕괴]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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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환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박한 상황은 전적으로 정책 당국이 만들어 놓은 결과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환시장 구조는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가 맞는 흐름이다.
세계 대부분 국가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인 데다 20% 이상의 수출 증가와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대규모 유입으로 외환사정이 그 어느 국가보다 풍부했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의 과도한 환율 떠받치기 노력에도 물론 이유는 있을 것이다.
내수가 무너지고 수출이 나홀로 경기를 지탱하는 상황에서 경제운용에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수출 촉진을 위한 원화 약세에 집착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글로벌 부동자금의 투기 성향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경제 여건과 괴리돼 움직이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개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인위적인 통화 약세는 국제 환투기 세력을 오히려 끌어들일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15일 국내 은행들에 대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매입 제한 조치 이후 투기적 성격이 짙은 외국인 자금이 더 많이 유입되고 있는 점을 정책 당국자는 주목해야 한다.
자칫 더욱 급격하고 고통스러운 조정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더구나 정부는 보여줄 카드를 다 보여준 상태에서 국제 투기자본과 포커를 치는 것과 다름없는 꼴이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현 시점에서 무리한 시장 개입의 잘못을 시인하고 시장의 흐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바람직한 자세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의 뼈아픈 경험을 당국은 벌써 잊었는가.
당시 환율 상승이 대세인 상황에서 당국의 환율 상승 억제 노력이 번번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정부의 힘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한 경제 각료의 웃지 못할 본때론은 지금까지 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외환보유액을 극단적으로 축내면서 외환위기를 앞당겼던 쓰라린 경험이었다.
정책 당국자는 시장 참여자들의 공정한 경쟁이 잘 유지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갖추는 데에 그 역할이 제한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책 당국자가 기대 형성의 주체가 돼서 시장 참여자들의 경쟁을 제한하고 시장 흐름을 돌려놓기 위해 막대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국자는 책임을 진다고 하겠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만에 하나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경우 국민경제에 주는 충격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한상춘 < 논설ㆍ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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