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저축하자] (4) 대박 환상을 버려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6일 LG카드는 우리 증시의 단기투자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주식은 대규모 감자 추진 소식으로 전날에 이어 하한가로 출발했다.
하지만 한 증권사 창구에서 나온 투기적 매수세의 영향으로 요동을 쳐 한때 7% 이상 치솟았다가 결국 마감때는 하한가로 다시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개인투자자만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선물.옵션시장의 투기적 거래는 더 심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발상은 금전적 손실뿐만 아니라 시장의 질까지 떨어뜨리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우량주에 대해 긴 안목으로 투자하는 것이 높은 수익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증시는 세계 1위의 단타시장
우리 증시는 하루만에 주식을 사고 파는 '데이트레이딩'에서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하이닉스 한 종목의 거래가 시장전체 거래량을 좌우하고 전산시스템까지 멎게 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데이트레이딩 비중(거래량 기준)은 지난 2001년 9월 55%대로 정점을 이룬 뒤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작년말 현재에도 25∼3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개인투자자인 온라인매매 비중 역시 다소 줄어드는 추세라지만 작년말 현재 48.7%나 된다.
파생상품시장은 주식시장보다 더 투기적이다.
옵션시장은 수십배·수백배의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의 가세로 이미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투자문화가 달라져야 시장이 산다
그렇다면 단타매매의 성적표는 어떨까.
지난해와 같은 상승장에서도 단기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은 거의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꾸준한 주식 매수로 막대한 시세차익과 배당금까지 챙겼다.
전문가들은 우리 투자자들이 주식을 투기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자산운용 시장의 가장 큰 숙제로 꼽는다.
외국인이 주요 기업의 주식을 독차지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불거지는 것도 냉정히 따져보면 우리의 천박한 투자문화와 투자패턴이 자초한 일이다.
개인투자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국민연금도 1년 단위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실패로 끝난 KELF 상품처럼 정부도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주식시장의 중요성을 전국민이 인지하고 장기저축의 문화로 주가를 바라보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