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불법 선거자금 모금과 소모적 정쟁 등 혼탁한 세상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자성과 질책의 목소리가 개신교계에서 나오고 있다. 종교가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자성을 토대로 교회 안팎의 정화와 개혁을 촉구하고 있는 것.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는 올해 '정직합시다'를 표어로 내걸고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교단 대표인 김진호 감독회장은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해 '한국인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고,부패가 있는 곳에 한국인이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며 캠페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감리교는 '정직합시다'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매달 1일을 '정직의 날'로 정하는 등 '정직운동'을 펼 예정.1백50만명에 이르는 감리교인을 대상으로 '정직'과 관련된 표어를 공모하고 스티커를 제작·배포하는 한편 각계의 지도층 신자들이 캠페인에 앞장서도록 호소키로 했다. 김 감독회장은 "경제지수와 함께 정직지수도 올라갈 수 있도록 기독교인 스스로 정직한 삶의 자세를 갖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신교계의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지도자들도 교회의 자정과 개혁을 촉구하는 데 목소리를 함께 하고 있다. 보수적 성향의 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지난 5일 신년 하례예배에서 "기독교의 자정 노력 없이는 교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자숙하며 기도하는 가운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영역에 걸쳐 선한 영향을 미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강조했다. 진보적 성향의 KNCC 회장 김순권 목사는 정치권을 직접 질타했다. 장로교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통합교단(예장통합)의 총회장도 맡고 있는 김 목사는 이날 시국 담화문을 발표해 "오늘의 경제적 난제와 국가적 위기의 근원은 이 나라의 정신적 타락과 윤리적 부패에 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정치 지도자들의 비리 고백과 사죄,정경 유착과 부정부패 근절 등을 촉구했다. 또 예장통합은 '보혜사(保惠師) 성령이여,깨끗하게 하소서!'를 올해의 주제로 삼아 교회 내에서 새로운 신앙운동과 정화운동을 펴기로 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늘의 위기가 초래됐음을 반성하자는 취지다. 예장통합은 오는 27일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