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Technology)과 경영(Management)을 접목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 행정 정치가인 '테크노 파워(Techno Power)'가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테크노 파워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스피드와 혁신이 키워드인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공계 출신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술경영자인 테크노 CEO(최고경영자)들이 산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잘 나가는 기업치고 뛰어난 테크노 CEO를 확보하지 않은 곳이 공직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공계 출신 전문 관료인 테크노 크라트(Technocrat)들이 산업과 정보통신 과학기술 보건 식품위생 환경분야 등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정치분야에서도 이공계 출신 '테크노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테크노 파워시대의 도래는 한국경제신문사가 지난해 10월 개최한 세계기술경영자 포럼에서도 확인됐다. 레스터 서로 미국 MIT대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권력이나 폭력이 아니라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 패권을 장악하는 3차 혁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면서 "이 시대에는 기술지식 전문가라 할 수 있는 'CKO(Chief knowledge officer)'라는 새로운 직책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조연설을 통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며 "한발 앞서 앞날을 준비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바로 기술 경영인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테크노 파워의 위력은 산업계에서 이미 확인되고 있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10대 그룹 임원 가운데 53%가 이공계 출신이다. 코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 임원의 40%도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테크노 CEO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손욱 삼성종합기술원장, 강창오 포스코 사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 우남균 LG전자 사장, 김진애 서울포럼 대표, 이상운 효성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외국에서는 테크노 파워의 바람이 더욱 거세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시스코 시스템즈의 존 챔버스 회장, 인텔의 크레이그 배럿 회장, BMW의 헬무트 판케 회장,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 등은 기술경영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궈낸 대표적 테크노 CEO들이다. 중국 출신으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기업을 일군 컴퓨터어소시에이츠의 찰스 왕 전 회장은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최적의 기술이 필수이며 전략적인 사업과 기술을 하나로 결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에서도 간판 테크노 크라트들이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서울 공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테크노 크라트가 R&D 3대 부처를 맡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테크노 크라트의 천국'으로 통한다. 장쩌민 전 국가 주석, 주룽지 전 총리, 후진타오 주석 등이 이공계 출신이며 현 상무위원 9명 전원도 이공계 대학을 졸업했다. 테크노 CEO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글로벌화로 인해 기술혁신의 속도도 상상을 뛰어넘고 있다. 단순한 연구개발(R&D)을 뛰어넘어 비즈니스까지도 포함된 비즈니스 연구개발(R&BD)시대를 맞고 있다. 기술과 시장을 접목시켜 가치혁신을 주도하는 '4세대 R&D'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기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더이상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기술과 시장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더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됐다. 기술과 경영 능력을 두루 갖춘 테크노 파워가 부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