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파키스탄 과학자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급하고 핵 폭탄 제조계획을 사들였으며 리비아의 핵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 중 일부가 영국에서 훈련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4일 카다피 원수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 선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카다피 원수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카다피(32)가 이 같은 사실을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이프는 리비아가 핵 능력 확보를 위해 4천만달러를 사용했으며 WMD 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영국이 리비아군의 훈련과 재무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WMD 포기에 따라 국제사회의 방위 우산이 필요하게 됐다. 미군이나 영국군의 리비아 주둔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해 미군 또는 영국군이 리비아에 주둔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리비아의 파키스탄 핵 기술 구입이 확인됨에 따라 미국과 영국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핵 기술 및 장비 유출을 철저히 차단할 것을 요구하며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파키스탄은 지난주 "일부 불량 과학자들이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핵 기술을 팔아넘긴 것으로 보인다"며 핵 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를 비롯한일부 핵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었다. 사이프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동부의 별장에서 선데이 타임스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 무기 개발장비들을 말레이시아 등 여러 아시아 국가들과 남아프리카의 암시장에서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과 영국이 비밀리에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는다고 약속함에 따라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영국석유(BP)가 리비아와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는등 리비아의 경제개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프는 "리비아와 영국 및 미국이 이룬 합의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기 때문에미국과 영국의 경제지원이 잇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리비아의 핵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온 영.미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파키스탄과학자들로부터 "핵 개발에 필요한 완전한 설계도"를 확보했으며 우라늄 농축작업에착수하는 등 고도화된 핵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서방 전문가는 리비아가 1990년대 말부터 수년간 파키스탄 과학자들에게 1억달러에 가까운 막대한 돈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