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천지…갯벌낙조…황금빛 풍경화..남부 끝자락 순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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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 원숭이 해가 밝았다.
희망과 설레임을 가득 안고 출발한 지난 한해였지만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IMF때보다 더하다는 극심한 경기침체속에서 실업자는 넘쳐나고 서민들의 삶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새해에는 이런 아픔없이 좋은 일만 있기를 희망한다.
남도의 끝자락 순천만을 찾았다.
소설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배경이 되기도 한 순천만은 동쪽 여수반도와 서쪽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호수와 같은 만이다.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밭의 광활함에 먼저 기가 질린다.
봐도 봐도 갈대뿐이다.
순천만의 늪지대는 모두 50만평인데 이중 갈대밭이 30만평이란다.
단연 국내 최대 규모다.
통통배를 빌려 갈대숲 한가운데로 들어서자 저희들끼리의 장난질에 여념이 없던 한무리의 철새들이 놀라 후드득 물을 차고 날아오른다.
흑두루미,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조류들이다.
인근의 화포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갯벌과 어우러진 해변갈대도 고즈넉한 자태를 한껏 뽐낸다.
두루미가 좋아한다는 칠면초(1년에 일곱번 색깔이 바뀐다고 붙여진 이름)가 갈대와 어우러진 모습은 가위 한폭의 풍경화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순천만의 가장 큰 볼거리는 낙조.50여가구가 모여사는 순천만의 와온포구가 갯벌낙조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이름 높다.
포구에 들어서자 2∼3척의 어선이 지친 몸을 선착장에 기대어 쉬고 물빠진 갯벌은 꼬막 양식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을앞 까막섬만이 갯벌을 지킬 뿐 포구는 여유롭고 평화롭기만 하다.
오후 5시께 수평선에서 시작된 붉은 기운이 순식간에 선착장과 마을 전체를 휘감아 버린다.
갯벌은 금싸라기를 뿌린듯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차가운 겨울 바람만이 휘이잉 울음을 토할 뿐 사위는 적막뿐이다.
바다 너머로 가라앉는 해를 보며 가슴 가득 쌓여있던 온갖 상념들도 함께 날려버린다.
보다 더 나은 한해가 되기를 기원하면서.
순천=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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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호남고속도로 순천나들목에서 빠져나와 1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 월전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된다.
맛좋고 양많기로 소문난 전라도음식을 안 먹을 수 없다.
순천 기적의 도서관 옆에 위치한 몽돌해물탕(061-721-5576)의 해물탕은 풍부한 양과 함께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인근 낙안읍성에서 더덕무침과 더덕으로 만든 사삼주를 맛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속을 든든히 한 다음엔 송광사 선암사등 주변의 이름난 사찰을 둘러보거나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무료시티투어버스(061-749-3328)로 시내관광을 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