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카드 사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결국 정부와 산업은행이 최종 중재안을 내놨다.


채권단 공동관리 방안에 가장 강하게 반발해온 국민은행과 농협의 손실분담액을 깎아주고 이를 산업은행이 대신 떠안는다는 게 핵심이다.


산은은 또 채권단의 위탁을 받는 형식으로 LG카드를 직접 경영할 계획이어서 LG카드는 사실상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편입될 전망이다.


◆산업은행,2천3백억원 추가부담


최종안에 따르면 16개 채권금융회사가 출자전환할 4조원 중 산업은행은 당초 배정된 분담금보다 2천3백억원이 많은 5천여억원을 떠맡는다.


국민은행과 농협은 산은이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만큼 출자전환 규모를 줄여 각각 3천1백억원과 3천7백억원만 전환한다.


다른 채권금융회사들은 기왕에 할당받은 분담액을 그대로 출자전환해야 한다.


LG그룹은 지난해 말 유상증자로 지원한 2천억원과 올해 후순위채 인수 3천억원,카드채 매입 6천5백억원 등으로 총 1조1천5백억원을 투입한다.


이같은 방안이 16개 채권금융회사의 동의를 받으면 10개 채권은행은 즉시 2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또 보험사 6개를 포함한 16개 채권금융회사는 기존 채권 5조2천억원 중 일단 5천억~1조원을 출자전환해 경영권을 넘겨받고 32~44대1 비율로 균등감자를 실시한다.


이렇게 되면 산업·국민·우리은행과 농협 등 4개 금융회사의 지분율은 60%가 되며 산업은행은 지분율 19%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어 16개 채권금융회사는 기존 채권에서 1조5천억원을 추가로 출자전환하고 10개 채권은행은 유동성으로 지원했던 2조원도 마저 자본금으로 바꾼다.


LG카드 경영은 산업은행이 맡는다.


자체 카드사가 없어 '이해상충' 문제가 없는 곳은 산은뿐이라고 채권단은 설명했다.


◆왜 산업은행인가


채권단은 벼랑끝에 몰려 있었다.


8개 채권은행을 상대로 한 매각작업은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불발로 끝났다.


차선책으로 내놓은 채권단 공동관리는 채권은행들이 4조원 출자전환(기존 채권 5조2천억원 중 2조원은 출자전환,신규로 유동성 2조원을 지원한 후 전액 출자전환)에 반대하면서 무위로 끝날 위기였다.


정부와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두가지뿐이었다.


어떤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채권단 공동관리를 관철시키는 것과 자산인수(P&A)를 통해 청산시키는 방안이 그 것이다.


LG카드를 청산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정부는 산업은행을 전면에 내세워 반대파를 무마시키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10조원에 대해서는 투자신탁회사와 연기금을 설득,일괄적으로 만기연장을 받아냈다.


◆전망과 문제점


산업은행의 위탁경영 기간동안 LG카드가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산은 관계자도 "올 한해 당기순손실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해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했다.


산업은행의 추가부담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과 조흥은행 등 일부 채권금융회사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특히 조흥은행은 이번 출자전환에 참여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지게 되는 절박한 사정에 놓여있다.


채권단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LG카드는 또다시 현금서비스를 중단하는 불상사를 빚게 될 전망이다.


현재 영업자금이 1천5백억원 가량 부족한 상황이어서 채권단이 당장 유동성을 지원하지 않으면 현금서비스 중단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하영춘·김인식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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