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참여정부가 출범하자마자 SK네트워크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더니 한 해의 말미를 LG카드 사태 처리로 부심하며 보내게 됐다. 신용불량자 문제도 연중 내내 금융계를 괴롭혔다. 이런 와중에 신한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외환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에 넘어가는 등 은행권 지각변동도 심했다. 방카슈랑스 시대가 개막되고 저금리의 영향으로 주가지수 연계상품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SK(주) 등을 둘러싼 적대적 M&A도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올 한해 신문지면을 장식했던 금융권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 1 신용불량자 4백만명 시대 지난 11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3백64만7천명. 작년 말(2백63만5천명)에 비해 1백만명 이상 급증했다. 경제활동인구 6.5명당 1명꼴로 신용불량자의 멍에를 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경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또 생계형 범죄, 세금 체납, 보험 해약과 같은 사회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 2 카드사 부실화 상반기 한때 카드사 전체가 유동성위기에 처하더니만 하반기 들어선 업계 1위인 LG카드마저 존폐의 기로에 섰다. 우리 국민 하나 신한 등 8개 채권은행이 2조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처리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 명쾌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은행계 카드사인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 합병된 것을 비롯 외환카드와 우리카드는 모은행과 합병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 3 방카슈랑스 시대 개막 지난 9월3일부터 은행이나 증권사 저축은행 등과 같은 금융회사 창구에서도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됐다. 방카슈랑스는 비과세혜택, 고금리보장 등으로 인해 예상 외의 인기를 끌었다. 도입 2주일 만에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1천억원의 판매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2개월여만에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 4 외국자본 금융잠식 심화 한국 부실채권 시장에 주로 투자해온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가 지난 10월 외환은행을 1조3천8백33억원에 인수했다. 외환은행의 매각으로 국내 시중은행중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한 은행은 제일 한미 외환 등 3개 은행으로 늘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외국자본의 금융산업 독식현상을 경계하는 여론을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 # 5 주가지수연계 상품 돌풍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지속됐다. 10월 이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지만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고객들을 겨냥한 주가지수연계 상품이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은행은 주가연계예금(ELD), 증권사는 주가지수연계증권(ELS), 투신사는 ELS펀드란 이름으로 올해 총 14조원의 부동자금을 끌어 들였다. # 6 신한지주, 조흥은행 인수 조흥은행 처리는 2003년 벽두부터 금융권을 뜨겁게 달궜다. 조흥은행 노조는 지난 6월 총파업까지 단행하면서 합병반대를 외쳤지만 결국 신한금융지주회사에 매각됐다.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는 자산 규모 2위인 대형 은행의 탄생을 의미했고 국내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 7 또 유보된 생보사 상장 정부는 10월18일 "상장이익 배분을 둘러싼 업계와 시민단체간 이견으로 상장 권고안을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5년 동안 끌어온 생보사 상장은 또 다시 유보됐다. 뿐만 아니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실 처리를 위해 채권단에 사재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처분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 8 외국인 주식보유 40% 외국인의 주식 보유 비중이 지난 10월 말 사상 처음으로 40%(상장기업 시가총액 기준)를 넘었다. 올들어 거래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금액은 13조8천8백억원. 1992년 증시개방 이후 최대 규모였다. 코스닥시장에서도 8천4백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힘입어 연말 종합주가지수는 810을 넘어섰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연중 매도세를 지속해 우량주를 헐값에 외국인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 9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지난 3월 SK그룹이 2001 회계연도에만 1조5천억원을 분식(회계장부 조작)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금융시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사상 처음으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은 SK㈜와 함께 각각 2조2천3백억원과 8천5백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등 대대적인 채무재조정을 실시했다. # 10 적대적 M&A 성행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최태원 회장이 구속되는 등 SK그룹이 일대 위기에 처한 틈을 타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SK㈜의 지분을 14.99%까지 취득, 단독 1대주주로 부상한 뒤 SK그룹과 치열한 경영권 공방을 벌였다. 지난 10월에는 현대엘리베이터를 둘러싼 현대그룹과 KCC의 지분경쟁이 가세하면서 증시에 적대적 인수ㆍ합병테마가 급속히 확산됐다. < 증권부ㆍ경제부 금융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