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시인 정호승 산문집 '위안'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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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시인 정호승씨가 산문집 '위안'(열림원)을 내놨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와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라는 두 개의 장으로 구성된 산문집에는 유년기부터 시작되는 시인의 삶과 문학역정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가족들의 이야기를 비롯 작품의 중요한 토대가 돼온 종교적 체험과 깨달음,자연의 순환을 통해 이해하게 된 인생의 진실,사랑을 실천하고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는 기회를 제공해준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시인이 잡지사 재직시절 강원도 탄광촌의 김장순이라는 광부를 취재했던 이야기는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만든다.
경북 안동에서 농사를 짓다 빚을 갚지 못해 탄광촌에 뛰어든 그는 '봄날의 따스한 밭흙같은'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다.
그와 함께 기다시피 들어간 지하 1천2백m의 지하막장에서 시인은 지열에 시달리며 마치 한 마리 벌레가 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광부는 부지런히 곡괭이질을 한 뒤 반찬이라곤 콩자반과 김치뿐인 꽁보리밥 점심을 맛나게 먹는다.
어릴적 외갓집에서 먹어본 이후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꽁보리밥이 껄끄러워 시인은 잘 넘기지도 못한다.
시인은 그에게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에게선 미처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온다.
"물론 그건 땅 위의 직업을 갖는 거지예.땅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직업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잘 모릅니더." 광부의 이 말을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삶이 힘들 때마다 그의 이야기를 교훈으로 떠올린다고 고백한다.
시인은 그러나 교대 전철역 안의 걸인들 예를 들며 "아주 이기적인 방법이지만 다른 사람의 불행을 통해 자신의 불행을 위로받을 때가 많다.
곰곰 생각해보면 나의 불행이 남을 위로하는 일보다 남의 불행이 나를 위로하는 일이 더 많았다"고 실토하기도 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