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신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내정되자 금통위원 자리가 고위 정부직 진출을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콜금리 등 중요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통위원이 임기 중 장관 등 핵심 정부직으로 '차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금통위원들이 자리에 연연해 정부 눈치를 살필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중앙은행의 독립적인 통화정책 수행이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금통위원 출신으로 장관에 발탁된 경우는 이미 예산처 장관을 역임한 장승우 현 해양수산부 장관에 이어 김 장관 내정자가 두번째다. 장 장관은 지난 98년 금통위원에 취임해 임기를 4개월 정도 앞둔 작년 12월 예산처 장관으로 기용됐었다. 김 장관 내정자는 작년 4월 은행연합회 추천으로 4년 임기의 금통위원에 취임했으나 역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예산처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밖에 재정경제부 출신인 강영주 증권거래소 이사장도 증권업협회 추천을 받아 금통위원으로 재직하다가 작년 4월 임기를 2년 남겨 놓고 현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통위원들이 임기중 장관 등 고위직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한은 내부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한은의 한 간부는 "금통위원직이 출세의 발판으로 이용된다면 소신 있는 통화정책 수행이 어렵게 돼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임기가 만료되는 3명의 금통위원을 포함, 김 신임 장관과 한은법 개정으로 오는 31일 자리를 내놓는 최운열 위원까지 6명의 금통위원(박승 한은 총재 제외)중 5명이 내년 4월까지 모두 교체될 예정이어서 통화정책 기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최 위원은 원래 직장이었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복직이 확정됐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