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납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열린 우리당 천용택(千容宅.66) 의원이 27일 오후 경찰에 자진 출두해 8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로써 천 의원에 대한 본격 조사를 비롯해 경찰의 `군납비리' 의혹 수사가 한층 더 활기를 띨 전망이다. ◆ 천 의원 `기습 출두' = 천 의원은 27일 오후 2시45분께 경찰청 특수수사과로전화를 걸어 자진출두 의사를 밝힌 뒤 10분 뒤인 오후 2시55분께 변호사와 함께 특수수사과에 출두했다. 경찰은 천 의원에게 지난 12일 오후 2시에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1차 출석요구서를 지난 11일 보낸 데 이어 오는 29일 오후 2시에 나오라는 2차 출석요구서를지난 18일 보내놓은 상태였다. 경찰은 열흘 이상 충분한 여유를 두고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내기는 했지만 천 의원이 국회 일정 등을 핑계로 2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차에 허를 찔린 셈이다. 특히 경찰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장과 국방연구원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뒤두 사람에 대한 보강조사와 영장 재신청 작업에 몰두, 천 의원의 자진출두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천 의원이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지난 2000년 6월 군납업자 정호영(鄭豪泳.49) 전 한국레이컴 회장을 자신의 집에서 만나 쇼핑백에 담긴현금 5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한 뒤 천 의원을 귀가시켰다. 천 의원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지난 2001년 봄 자택에서 정씨를 만나 현금을받은 뒤 같은 해 4월 2천만원을 통상적인 절차대로 후원금 처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찰, `전방위 압박수사' 돌입 = 경찰은 향후 천 의원의 후원금 계좌 등에대한 보강조사를 통해 2001년에 받았다는 2천만원이 적법하게 처리됐는지와 이와 별개로 2000년 6월에 5천만원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천 의원이 국방장관 재직 기간에 군 발주 공사나 진급 비리에도 깊이개입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앞서 지난 23일 천 의원의 `군 발주 공사' 개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국방부로부터 대구 MCRC(중앙방공통제소) 시설공사.광주비행장 확장공사.합참 신축공사.자운대 시설공사 등의 공사발주 기안문, 입찰 참가업체, 업체 제안서.계약서등을 넘겨받았다. 천 의원측은 이에 대해 "`국민의 정부' 시절 이미 문제가 된 사안이기 때문에해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 부분도 특정업체 특혜 등 제보를 확인해 혐의를 추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최근 군인공제회의 아파트.상가 특혜분양설과 관련, 내사를 벌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사정비서관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을 경우 천 의원에 대한 조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향후 수사는 ▲천 의원에 대한 수사 ▲국방과학연구소장과 국방연구원장에 대한 보강조사.영장 재신청 ▲전.현직 군 관계자에 대한 조사와 이첩등 세가지 갈래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미 이모(예비역 대장) 전 공군 참모총장이 1999년 10월께 이원형(57.예비역 소장.구속) 전 국방품질관리소장의 계좌에 5천3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27일 이 전 참모총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전.현직 군 관계자들의 연루 부분도 조사를 벌인 뒤 전직은 직접 조사하고, 현직 군 장성 등은 군 검찰 등에 넘긴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국방과학연구소장과 국방연구원장에 대해 조만간 구속영장을다시 신청하는 한편, 천의원을 재소환해 조사할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