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정원', `공중의 도시'로 불리는 잉카제국의 잃어버린 도시이자 세계문화유산인 마추픽추(늙은 봉우리란 뜻)가 신음하고 있다. 매일 밀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자연붕괴'가 아니라 `파괴'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잉카제국의 수도 쿠스코 북서쪽 안데스 산맥 우루밤바 강 계곡 해발 2천550m에 위치한 마추픽추 주변에 새 도로가 계속 뚫리는 데다, 400m 높이 바위산 정상 유적지 입구 마을까지 호텔이 급속히 늘어나고 매년 45만명의 관광객이 쏟아진다. 마침내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위험 경고' 메시지까지 보내야 하는 상황이되고 말았다. 유네스코는 내년 1월 낼 보고서에서 페루 당국에 마추픽추는 물론이고, 쿠스코를 출발해 걸어서 아프리막 계곡을 거쳐 마추픽추에 이르는 이른바 `잉카 트레일'관광코스의 관광객 수를 대폭 통제하는 등 세계적인 유적지의 관리에 신중을 기해줄것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마추픽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특히 페루 정부가 보고서 권고사항을 따르지 않을 경우 마추픽추를 위험한 문화유산 리스트에 올려 세계문화유적을 관리하는 데 있어 페루 정부에 `도의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이다. 마추픽추 관리청도 매일 1천500명에 달하는 여행객들이 500년된 64㎞의 잉카 트레일 도보 여행에 나섬으로써 돌 계단과 화강암 테라스로 된 잉카제국 통신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추픽추 관리청의 자체 조사에서도 잉카 트레일이 제대로 보전되려면 하루 여행객을 3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최대 2천명의 관광객이 들이닥치고 그 수도 매년 6% 증가 추세에 있는 마추픽추 그 자체도 보전에 적신호가 켜졌다. 1970년대 유적지내 헬기 착륙 허용으로일부 손상이 간데다, 2000년에는 맥주 광고선전을 촬영하던 중 마추픽추 최고점에있는, 돌로 만든 해시계 인티와나타가 일부 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유네스코는 마추픽추 도시 유적지 방문객수를 800명 수준으로 줄이는 동시에 산정상 유적지에 가하는 압력을 감안해 가벼운 신발을 착용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2001년 일본 교토대학 방재연구소도 마추픽추 유적지의 뒤쪽 경사면이 한달에 1㎝씩 아래 계곡으로 흘러내리고 있어 언제 붕괴할 지 모를 정도로 지반이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추픽추는 두 개의 산 능선 사이, 더 높은 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퇴적토양 위에 자리잡고 있어 물을 얻기 쉽고 곡식을 경작할 수 있지만 지반은 취약하다. 그러나 페루 중앙정부의 문화재청은 마추픽추 유적지가 하루 3천명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서 마추픽추의 관리를 위한 새 종합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만 밝히고있다. 이 계획에 유네스코의 권고사항이 들어갈 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곳 입장료는20달러로 연간 600만 달러의 관광수입을 페루에 안겨준다. 잉카 트레일의 관광수입은 연간 300만 달러다. 또한 `잉카의 후손'을 자처하는 원주민 출신 알레한드로 톨레도 페루 대통령은2001년 7월 취임식을 마추픽추에서 거행함으로써 페루 최대 관광지의 이미지를 높이려하고 있다. 톨레도 대통령은 최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을 마추픽추에 초청하기도 했다. 1911년 7월 미국 예일대학의 고고학자였던 하이럼 빙엄 교수가 발견한 마추픽추의 전체 면적은 13㎢이고 신전 하나, 3천개가 넘는 계단, 테라스식 정원으로 이뤄졌다. 최근에는 영국과 미국 조사단이 마추픽추 인근 밀림에서 2.6㎢ 이상에 흩어져있는 신전 등 새 유적지를 발견했다. 마추픽추의 실체와 관련한 설은 다양하다. 16세기를 전후해 남미에 거대한 왕국을 형성했던 잉카인들이 1532년 스페인 사람들에게 정복을 당한 이후 황금 등을 갖고 도망쳐 비밀기지로 건설했다는 잉카의 수수께끼 도시 `비르카람바'라는 설부터종교의식과 천문관측을 위해 사용된 종교중심지, 나아가 아마존과 잉카를 연결한 물류와 교역 중심지 또는 당시 잉카 왕의 여름 별장이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그렇지만 아직도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싸인 채 남아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