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느릿 살아야 神과 대화하지요"..이동연 - 박철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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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도시 목사와 강화군 교동도의 시골 목사가 성탄절을 앞두고 시골 교회에서 자리를 함께 했다.
도시 목사는 인천 작전동의 한누리교회 이동연 담임목사(44),시골 목사는 교동면 지석리 지석교회 박철 담임목사(48).두 사람은 최근 출간된 책 '두 개의 길 하나의 생각'(더불어책)과 '시골목사의 느릿느릿 이야기'(나무생각)의 저자다.
이 목사는 '두 개의 길…'을 강화도 백련사 주지 혜성 스님과 함께 냈을 만큼 교단과 종파를 초월해 활동중이고 박 목사는 20년 가까이 농촌에서 목회하며 '느릿느릿 이야기' 홈페이지(http://slowslow.org)를 운영하는 시인이다.
이 목사가 먼저 책 출간을 축하하며 시골 목회와 '느릿느릿한' 삶에 대해 묻자 박 목사는 시골 교회의 텅 빈 실상을 이렇게 들려준다.
"교동도 인구가 예전엔 2만명이나 됐는데 70∼80년대에 다 빠져나가고 지금은 3천8백명 정도밖에 없어요. 우리 교회도 전에는 재적교인 3백명 가량에 청년부만 70∼80명씩 됐다고 해요. 도시 교회가 급성장하는 동안 시골 교회는 속이 비어간 것이죠."
박 목사는 또 오늘날 도시문화의 두 가지 큰 흐름을 '빨리빨리'와 대량 생산이라면서 "너무 속도에 치이다보니 왜 빨리 살아야 하는지 목적의식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느릿느릿 운동'이다.
이 목사도 여기에 맞장구를 친다.
"어떤 종교든 가던 길을 멈추고 내면을 관조하는 게 기본입니다. 예수님도 자기 자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앙을 세우라고 했습니다. 자기를 보려면 느릿느릿할 수밖에 없어요."
박 목사는 "느릿느릿 운동을 생활에 적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익숙하다고 무심코 봐 넘겼던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전에 몰랐던 것을 새로 알게 된다는 것.
이 목사 역시 '빨리빨리'와 대형화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른바 '속도전 목회'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필요해요. 그러면 벌이 꽃을 찾듯이 사람들이 찾아오지요. 하지만 도시 목회의 현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리 교회는 개척 5년째인데 주위에만 수십개의 교회 버스들이 다닐 정도로 '교회 홍보전'이 치열해요."
박 목사는 최근 교계에서 일었던 '청부론(淸富論)' 논쟁과 관련,"교회가 세속의 자본주의를 그대로 수용해 가난하고 작은 것,그런 영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람이나 사물,자연 모두 작은 데서 의미를 찾을 때 소중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석교회의 경우 성탄 전날에는 동네 사람들을 모두 초청해 잔치를 벌이고 성탄절 새벽에는 예수 탄생을 동네마다 집집마다 다니며 알리는 '새벽송'을 돈다.
도시에선 이미 사라진 풍경이다.
박 목사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교인이라 생각하고 대했더니 나중엔 '우리 목사님' 하고 부르더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도 "내 교회만의 목사가 아니라 모두의 목사여야 한다"며 낮은 데로 임하는 성탄의 참뜻을 되새겼다.
강화=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