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옛 한빛은행)은 지난 2000년만 해도 3조원의 적자를 내며 부실은행의 대명사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9월 말 현재 1조1천5백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11.7%)과 총자산이익률(ROAㆍ1.69%)도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우리은행을 이처럼 변신시킨 주역은 바로 2001년 취임한 이덕훈 행장이라는 것이 금융계의 평가다. 이 행장의 경영철학은 '금융 대종가(大宗家)의 꿈'으로 요약된다. 한국 금융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은행이 정통 토착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행장의 생각이다. 이 행장은 이를 위해 고객우선경영, 차별화경영, 인재경영을 강화하고 윤리경영을 정착시키는 한편 핵심 역량 위주로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이에 따라 29개 계열기업중 14개 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의 전체 여신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42%에서 지난 9월 말에는 13%로 낮아졌다. 대신 중소기업과 개인부문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런 노력은 '1등 은행'이라는 외형적인 성과와 함께 고객들로부터 '신뢰받는 은행'으로 자리잡는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