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차기 의장인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인도네시아 석유장관은 22일 "현 유가 수준이 너무 높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감산을 통해 고유가를 유지해 오던 OPEC의 기본 전략이 변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의 발언 직후 9개월 만의 최고치를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6% 가까이 급락했다. ◆현재 유가 수준 너무 높다=내년 1월 OPEC 의장에 취임하는 유스기안토로 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특히 바스켓가격(OPEC 7개 유종의 평균가격)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내년 1월에는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희망하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회원국 장관들과 가격문제를 놓고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스기안토로 차기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대다수 OPEC 회원국들의 '달러약세로 유가가 더 올라야 한다'는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스켓가격이 OPEC의 목표가격 상한선(28달러)을 14일 연속 웃도는 등 고유가가 지속되고 감산물량이 러시아 등 비회원국들의 증산으로 채워짐에 따라 시장지배력 상실을 우려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내년 2월로 예정된 OPEC회의에서는 최소한 추가 감산 결정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국제유가 일제 급락=그의 발언이 전해지자 이라크전쟁 발발 이후 최고가 행진을 벌이던 국제유가는 일제히 급락세로 반전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2월물은 지난주말 대비 1.88달러(5.7%) 하락한 배럴당 31.87달러로 마감됐다. 런던석유거래소의 브렌트유 2월물도 3.5% 떨어지며 30달러 아래로 밀렸다. CNN머니는 "유스기안토로의 발언은 OPEC이 고유가 현상을 우려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 동북부지역의 따스한 날씨,OPEC의 쿼터위반(하루 1백만배럴 추정),러시아 등의 증산 등으로 향후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