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성 <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 내년 경기는 내수를 살리는 것이 관건이다. 가계부채는 빚 갚을 능력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문제다. 기업투자를 살려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설비투자 침체는 장기간 지속돼온 현상이다. 미래의 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만큼 투자환경과 투자방식이 확실치 않은 것이 큰 문제다. 금리나 세금인하와 같은 가격유인 정책으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경유착에 따른 혜택이나 가족형 노사문화는 사라졌는데 정치부패와 강성노조 등의 경제외적 비용은 그대로이니 기업들이 더 힘들게 됐다. 노사문제는 어정쩡한 단기 중재보다는 노사 스스로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를 깨닫고 새로운 경기 규칙에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려면 투자와 혁신의 노력에 따르는 다양한 위험을 정부가 적절히 흡수해야 한다. 경기 변동이나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 구조적인 재정수요를 감당하려면 정부가 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사회안정을 해치고 성장을 저해하는 지대추구 행위가 만연하는 것도 정부는 막아야 한다. 재정을 통한 재분배 정책의 한계를 인식해 사전에 분배 악화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실업문제는 경기회복과 관계 없이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직종 또는 경력 측면에서 일치하지 않게 된 구조변화를 인식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종업원들이 '구조조정은 곧 정리해고'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기업들은 직원들을 인적자본으로 생각하고 교육 훈련을 장려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종업원의 이직(離職) 능력을 길러 줄 때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이 더욱 안정될 것이다. 경제사업 분야의 정부 예산은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얽힌 부분을 줄이고 인적자원 분야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편성돼야 한다. 청년실업과 여성인력에 대한 과감한 정책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