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검사장)는 15일 자진출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상대로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의 불법 정치자금 모금과정 전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16일 오전 11시께 체포영장이 청구된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이 전 총재를 소환 조사할 준비가 안된 상태이긴 하지만 이왕 자진출두를 한 만큼, 충분히 조사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 전 총재는 불법대선자금 모금과 관련된 전모에 관해 구체적으로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지난 대선때 실제로 최돈웅 의원과 서정우 변호사 등에게 구체적으로 불법 모금을 지시했고, SK와 삼성, LG, 현대차 등으로부터 502억원의 불법자금이 당사에 들어온 과정과 집행내역 등을 보고받았는 지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계속 유지할 뿐 대선자금 모금 등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밤까지 이 전 총재로부터 참고인 진술조서를 받은 뒤 일단 귀가조치하고, 추후 한나라당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과 용처 등에 대한 실체가 규명되고, 이 전 총재의 재조사 필요성이 제기되면 다시 불러 법적 책임 여부와 사법처리 수위 등을 결정키로 했다. 문 기획관은 "이 전 총재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법적으로 의미있는 진술까지 나오고 있지는 않다"면서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다르고, 법적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거에 의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오전 10시40분께 대검청사에 출두, `대선자금 불법 모금 지시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짧게 답한 뒤 2층 민원실을 통해 대검청사로 들어갔다. 이 전 총재는 청사 7층 안대희 중수부장실에서 5분간 면담하면서 "모든 책임을 질테니 관련자들에 대해 선처를 해달라"고 부탁했고, 안 중수부장은 진상규명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재에 대한 직접 조사를 유재만 중수 2과장에게 배당했으며, 조사는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과 관련, 조사를 받았던 11층 1113호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전 총재의 출두에는 한나라당 오세훈, 남경필, 이주영, 심규철, 김용균, 신경식 의원 등이 동행했다. 한편 검찰은 최돈웅 의원이 16일 출두하면 주요 대기업들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하는 과정에 이 전 총재 등 당 수뇌부의 지시가 있었는 지 여부 등을 집중추궁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