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코리아벨트' 뜬다] (1) '유럽판 마킬라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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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서쪽으로 1백km 가량 떨어진 기요르.
오스트리아 빈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내 주파가 가능한 동ㆍ서 유럽 교통의 요충지다.
이런 지리적 매력 때문에 이곳에는 1993년부터 외국기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미 40개가 넘는 외국계 자동차 및 전자 관련업체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가 아우디 헝가리.
아우디의 엔진 생산기지인 이 곳에서는 연간 1백30만개의 엔진을 만들어 독일 아우디와 모기업인 폭스바겐, 체코 스코다 등에 공급한다.
"고심 끝에 이곳을 엔진 생산기지로 결정했지요. 우선 임금이 독일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게 높이 평가됐습니다. 전용 기차를 통해 독일 잉골슈타트 아우디 공장까지 일주일에 14회 왕복하며 엔진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물류측면에서의 이점도 고려됐고요."
아우디 헝가리의 위르겐 루네만 대표는 '아우디가 헝가리에 간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헝가리는 저렴한 노동력과 물류 효율성을 앞세워 아우디를 끌어들였다.
◆ 최적의 공장 입지, 동유럽
동유럽의 EU가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동-서유럽간 국경이 사라진다는 것.
기업 경영에서는 국가간 비즈니스가 한 나라내 지역간 비즈니스로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우선 관세동맹에 따라 EU 수출 때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된다.
또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제, EU산 부품을 일정비율 이상 사용해야 하는 원산지 증명 등 비관세 장벽도 철폐된다.
마틴 얀 체코 투자청장은 "중부유럽(동유럽)에 진출한 기업들의 생산품 중 90% 정도가 서유럽 시장에서 소비되는 것을 감안할 때 EU 가입으로 중부유럽의 대(對)EU수출은 10% 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혜택과 함께 기업들이 크게 기대하는 것은 물류 개선.
EU 진입시 또는 동유럽국가간 이동시 까다로운 국경 통관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장시호 삼성전자 헝가리 공장장은 "헝가리에서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컬러 TV를 운반하는데 지금은 7일씩 걸리지만 내년 5월 이후에는 5일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동진(東進)현상의 가속화
생산거점으로 동유럽의 입지 여건과 동유럽 국가들의 EU가입을 일찌감치 예상한 서구 기업들은 90년대 초반부터 동유럽에 터를 잡았다.
필립스 지멘스 톰슨 폭스바겐 피아트 등이 이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는 '그린필드(green field) 투자'를 단행했다.
미국 GE는 지난해 헝가리 텅스램 전구회사를 인수하는 등 동유럽 전역에서 7개 업종에 걸쳐 1만2천명을 고용하고 있다.
도요타는 부품 업체들과 동반 진출 형태로 체코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PSA(푸조시트로앵)는 슬로바키아에 200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연구개발(R&D)센터, 콜센터 등 백 오피스(Back Office) 거점 마련을 위한 투자도 눈에 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유럽 서비스 센터를 두고 있는 GE는 그 규모를 2배로 늘릴 예정이다.
노키아 에릭슨 등도 헝가리에 R&D 센터를 세웠다.
부다페스트=윤성민 기자/프라하=이심기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