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던 주요 선진국 금리가 내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현재 연 4%대 후반인 국내 국고채(3년물) 금리도 내년말에는 연 6~7%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세계 금리의 추가상승 가능성'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회복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내년부터 주요국 정책금리(한국의 콜금리에 해당)가 본격적으로 인상돼 향후 2~3년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어 "금리 상승세는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의 추가급락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 경우 국제자본의 미국 이탈이 가속화돼 세계 주요 금리가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화 가치가 유로화 등에 비해 지나치게 떨어질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매도주문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압력을 받아 국고채(3년물) 금리는 내년말에 최소한 연 6%대까지 오르고, 국내 경기 회복정도에 따라서는 연 7%대를 웃돌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자본자유화가 본격화된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국제금리가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고채(3년물) 금리와 미 국채금리(10년물)간 상관계수는 1980년대 0.08∼0.29에서 90년대 초반(90∼94년)에는 0.64로 높아졌고 99년 이후 올 11월까지는 0.94로 치솟았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국내외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향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금성원 우리은행 신탁팀 과장은 "미 국채 금리 등 국제금리가 앞으로 상승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 미리 반영돼 국내 금리가 올 4분기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초 연 4.0%였던 국고채(3년물) 금리는 11월에 들어서면서 연 4%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 달 호주와 영국이 정책금리를 각각 0.25%씩 상향조정하면서 이같은 오름세에 가속도가 붙어 지난 달 말에는 국고채 금리가 연 4.88%로 높아졌고 이달 초에는 연 5%대를 넘어섰다. 금 과장은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되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방기금금리 인상시기를 다소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국내 금리도 상승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처럼 국내 금리가 오를 경우 △채권형 상품 자금 이탈 △신용카드회사 유동성 문제 악화 △기업이익 감소 △부도율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 금리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은 보수적 자금운용을 위한 대책을 수립하고 금융회사들은 대출 부실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