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산업 생존해법 찾는다] (3) 일본은 '빅뱅'중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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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복판 니혼바시(日本橋)근처에는 노무라증권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경제가 버블로 치닫던 지난 1980년대 후반 한때 세계 최대 증권사까지 올랐다가 90년대 후반엔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던 영욕의 역사를 갖고 있는 증권사다.
민경세 삼성증권 도쿄사무소장은 "노무라증권의 변신과 전략은 구조조정 논의가 진행중인 한국 증권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한다.
노무라는 98년 중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속적인 주가 하락으로 수수료수입이 격감한데다 미국 현지법인이 1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손실을 냈다.
이로 인해 노무라는 그해 상반기(4∼9월) 13억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10%를 웃돌던 위탁매매 시장점유율도 미국 증권사 공세에 밀려 5%대로 떨어졌다.
노무라는 이때 전략의 일대 변화를 단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라는 당초 목표를 일단 접고 고수익을 지향하는 국내 리딩 증권사를 지향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노무라는 이를 위해 전체 직원의 20%에 달하는 2천명을 감원했다.
자회사인 고쿠사이증권도 매각했다.
수익사업의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했다.
이는 노무라의 국내 소매부문 영업수익 비중을 보면 명확해진다.
2001년 이 증권사의 주식부문 비중은 35%였으나 지난해엔 28%로 떨어졌으며 올해 1분기엔 다시 2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채권비중은 28%,41%,57%로 각각 높아졌다.
그렇지만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인 올 2분기엔 주식비중이 45%,채권비중이 31%로 다시 역전됐다.
투자신탁 부문은 2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마사후니 요시노 홍보과장은 "고객들의 수요가 곧 수익"이라며 "고객 수요를 충족시킬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무라는 현재 국내 소매부문 외에 글로벌 도매영업,자산관리,기업금융 등 다른 부문에서도 일본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회사측은 피델리티나 캘퍼스 등 외국 대형투자기관이 일본 시장에 투자할 때는 가장 먼저 찾는다고 밝힌다.
리서치 능력 등 증권사의 종합역량 부문에서 외국계를 제치고 노무라가 일본내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라는 것.노무라는 글로벌 도매영업부문에서 국내 소매부문의 2배가 넘는 수익을 얻고 있다.
노무라의 이같은 전략 변화는 일단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많다.
노무라증권을 핵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노무라홀딩스의 2003년 2분기(4∼9월) 순이익은 4백76억엔.2위인 다이와증권과 3위인 닛코코디얼증권의 2분기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지난2000년부터 3년 연속 5백억엔 이상의 순이익을 낸 증권사는 노무라가 유일하다.
노무라가 보유한 개인자산은 30조엔으로 일본 개인의 전체 유가증권 투자자산(1백40조엔)의 21.4%에 이른다.
노무라는 최근 들어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시도를 다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3월 사령탑에 오른 노부유키 고가 사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서비스회사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 증권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일찍이 단행했던 노무라.전략적 변신을 통해 고수익을 창출하는 사업구조를 정착시키고 이제는 해외시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도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