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을 때,잘못한 걸 깨달았다. /꼭 해야 할 일과/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알기까지/아버지는 한평생이 걸렸다. /지금도 많이 묻는 사람이/많은 대답을 한다고 믿고 있지만./오늘날,디지털이 중요한 것처럼/아날로그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사람 사는 근본은 다르지 않단다.' 기업인이자 화가·문인인 이청승 한국폴라·고려피앤텍 회장이 지난 추석 때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그는 신간 '아버지의 편지'(글로세움,9천5백원)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아버지가 디지털 시대의 아들에게 보내는 감성의 메시지를 펼쳐보인다. 그는 열두살 때 혼자 지내며 콩비지로 끼니를 때우던 중 밀린 수업료를 소매치기당했던 '캄캄한 순간들'도 돌이켜보면 험한 세상을 건너는 다리가 됐다는 걸 일깨워준다. 또 '홀로서기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데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젊은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경력 증명서'는 고난을 이기고 뛰어넘는 홀로서기의 힘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깎으면 깎을수록 커지는 것이 구멍이듯이 과학이 발전할수록 커지는 인간의 소외감을 사랑으로 감싸안아야 한다는 인생지침도 들어 있다. 그는 '세상 나무뿌리는/땅 속의 물만 마시는 게 아니다. /두 손과 열 가지를 펼쳐/하늘을 마신다.'(시 '천·지·태·평')며 돌아가신 아버지와 앞날이 창창한 아들을 동시에 떠올린다. '이제 아버지의 끝은 너희들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 너희가 어느 길목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 그것이 너희에게만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바란다.' 개인전을 다섯차례나 열었던 그는 편지와 함께 '구차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친구'인 그림들과 '세상을 제대로 보는 돋보기'인 시편들도 이번 책에 실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