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서정우(徐廷友) 변호사가 지난 8일 검찰에 긴급체포되기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전 총재를 만나 대선자금에 대해 대략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전날 서 변호사를 접견한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8일 긴급체포된 서 변호사는 `지난주에 이미 이 전 총재를 만나 LG와 삼성, 현대자동차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보고를 드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서 변호사는 지난주 LG측 관계자로부터 '오늘 검찰에 들어가는데 진술을 안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고 검찰소환이 임박했음을 느꼈으며 곧바로 이 전 총재를 찾아갔으나 `이 전 총재가 너무 놀랄 것을 우려해 차마 액수까지는 밝히지 못하고 기업명단 정도만 얘기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총재는 "어떻게 자네가 구속되는 것을 보겠는가. 차라리 내가처음부터 지시했다고 말하고 (검찰에) 들어갈까"라고 반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또 "3개 기업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고 처음에는 `왜 나를 지목하는가'하고 의아해했으나 기업 관계자들이 `당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해 이 전총재를 위해 악역을 맡기로 했다"면서 "당에 누를 끼쳐 미안하다"고 말했던 것으로알려졌다. 서 변호사는 이어 "기업측은 `정치인은 믿을 수 없고 언제 탈당할지도 모르기때문에 잘못하면 우리 입장만 곤란해질 수 있는 만큼 이 돈이 어디서 왔다고 (당에)말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해 당에 전달할 때는 돈의 출처를 알리지 않았다"고 밝힌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총재측에 밝은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전 총재가 서 변호사로부터불법대선자금 수수사실을 보고받은 뒤 또다른 측근을 통해 정확한 자금 규모와 용처를 파악토록 지시, 액수와 일부 용처를 확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이 측근은 이 전 총재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대선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김영일(金榮馹) 의원을 수차례 접촉했다"며 "그러나 김 전 총장은 이 측근에게 `서 변호사가 LG로부터 받아 당의 공식채널로 제공한 것은 150억원이 아니라 50억원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당 관계자는 이 핵심측근이 누구인지와 관련, "요즘 옥인동을 수시로 드나드는사람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민영규기자 bingsoo@yna.co.kr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