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이미 고조선과 발해까지도 중국사에 편입시켜 최근에 나온 길림대학 교재에는 이들을 중국의 지방정부로 기술하고 있어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측의 '고구려사 빼앗기'는 우리 학계와 정부가 우리 역사의 뿌리인 고조선과 단군을 신화로 취급하며 역사적 실체를 부정해온 결과입니다." 고조선과 단군의 역사적 실체를 입증하기 위해 주력해온 심백강 민족문화연구원장(47)은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역사 왜곡에 대해 '우리 탓'이라고 지적한다. 심 원장이 최근 '사고전서(史庫全書) 중의 동이(東夷)사료'(전4권)와 해제를 낸 것은 이런 까닭이다. 사고전서는 중국 청나라 때 진(秦)에서 청에 이르는 역대 주요 사서와 문헌을 한데 모은 총서.심 원장은 7만9천여권에 이르는 사고전서를 뒤져 지난해 단군사료집을 낸 데 이어 이번에 동이사료집을 발간했다. "고조선은 동방의 구이(九夷),즉 동이가 세운 최초의 국가로서 동이를 추적하면 고조선의 실체를 복원할 수 있습니다. 서경(書經) '우공편'의 주석서인 '우공추지(禹貢錐指)' 4권에 '동이 구족(九族)을 우이(山禹夷)로 보고 우이를 고조선으로 본다'는 견해가 실려 있어요. 이는 동이의 뿌리가 바로 고조선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이'는 동양 고전의 기록상 최초로 등장하는 이(夷)의 이름으로 요임금 때 존재했던 이족(夷族)이라고 심 원장은 설명한다. 서경 요전(堯典)에 나오는 '요가 의중에게 명하며 우이에 거주하도록 했는데 바로 역곡이라는 곳이다'라는 기록이 그 근거다. 이번에 나온 '동이사료'는 사고전서의 경(經)·사(史)·자(子)·집(集)별로 동이에 관한 기록을 발췌했다. 경에서는 총 4백91권에 걸쳐 7백36곳,사에서는 5백63권 9백15곳,자에서는 4백97권 6백89곳,집에서는 2백78권 3백8곳에서 동이에 관한 기록이 확인됐다. "동이가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주도한 민족임이 여러 곳에서 확인됩니다. 중국 대륙의 서쪽 세력이 주(周)를 세우기 전,하왕조와 은왕조까지도 동이족이 대륙을 주도하고 있었어요. 그런 근거들이 사고전서의 사료에 다 실려 있습니다." 그는 중국이 고구려를 지방 정권으로 보고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억지'라고 단언한다. 중국 황제가 고구려에 제후를 봉분한 일도 없거니와 고구려는 한(漢)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심 원장은 그 근거로 서경에 대한 한·당 시대의 주석서인 '상서주소(尙書注疏)'를 들었다. "상서주소에는 '(주나라) 성왕이 동이를 정벌하자 숙신이 와서 축하했다'는 기록이 있고,이에 대한 설명인 전(傳)에는 '해동의 제이(諸夷)인 구려(駒麗)·부여·한·맥 등의 무리가 무왕이 상나라를 이기자 다 길을 통하였는데 성왕(무왕의 아들)이 즉위하자 배반하였으므로 성왕이 이들을 정벌하여 복종시킨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어요. 구려나 부여,한,맥 등이 한대보다 훨씬 이전인 주나라 시기에 이미 존재했다는 증거입니다." 심 원장은 "재야와 강단을 떠나 사관이 바로 서고 한문 해독 능력을 갖췄으며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민족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