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했다 중국공안에 의해 강제북송된다는 것은 더 이상의 희망은 물론 생존자체가 위협받는 일입니다." 8일 서울 종로 한국교회 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 촉구대회'에서 탈북 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북송됐던 경험을 털어놓는 최순희(46.여)씨의 눈은 어느덧 벌겋게 달아올랐다. 함경북도 온성군에 살던 최씨가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한 것은 지난 98년 2월. 남편(48), 세아들과 함께 중국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지역으로 잠입하는데 성공한 최씨는 어머니와 동생이 살고 있는 옌지(延吉)로 이동해 '희망의 땅'으로 생각했던 남한땅을 밟기 위한 기회를 엿보며 농사와 가정부 노릇을 하며 4년을 보냈다. 하지만 중국 공안의 탈북자 감시 때문에 중국에서 직접 남한으로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 몽골로 들어가 한국행을 모색키로 했다. 드디어 지난해 2월 최씨 가족은 막내(7)만 옌지에 남겨놓고 중국 국경을 넘어몽골로 진입했지만 그들을 기다린 것은 광활하고 메마른 사막뿐이었다. "1주일간 거의 굶다시피하며 헤맸지만 인가를 찾지 못해 중국으로 되돌아오다공안에 적발돼 철창 신세를 지게 됐고, 이 때 얻은 동상으로 발가락 10개를 모두 잘랐고, 큰 아들도 오른쪽 발가락 절반을 잘라내야 했습니다. " 북한 접경지인 투먼 구류소로 옮겨진 최씨 가족은 강제 북송을 기다리며 7개월간 감옥의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다 지난해 9월 북한군에 신병이 넘겨졌다. 온성 보위부 감옥에 갇힌 이들중 최씨와 아들들은 한달만에 나올 수 있었지만 남편은 탈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졌다. 지난해 10월 다시 재탈북한 최씨는 이번에는 세아들과 함께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진입, 한국인 교인들의 도움을 받아 지난 2월 두아들을 데리고 입국에 성공했다. 현재 최씨는 대구에서 공장에 다니는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고, 막내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의 보호 아래 있다. 최씨는 "어떻게 됐을지 모를 남편을 생각하면 남한에서의 생활도 두렵지 않다"며 "북한에서 새정권이 탄생할 날까지 열심히 살자"고 탈북자들에게 당부했다. 이처럼 탈북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송환 대기중인 탈북자만도 현재 860여명이나 되며 매주 100명 이상이 송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221명의 탈북자가 광시(廣西)성 난닝(南寧)시 등에서 공안에 체포돼 투먼 등 4개 구류소에 분산 수용중이며 북송될 날만 기다리는 처참한 신세"라고 주장했다. 자리를 함께 한 야마다 후미아키(山田文明.54) 일본 오사카대 교수는 "북한 주민의 탈북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 안전을 위한 긴급한 피난행위"라고 규정, "북한에서 1차 인권침해를 당한 이들이 중국 공안에 의해 2차 피해를 보고, 다시 강제북송돼 3차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서 2차 인권침해 없이 탈북자가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지난 8월 일본 영주권을 가진 탈북자 7명의 망명을 위해 한국인3명과 함께 상하이(上海) 일본인학교 진입을 도와주려다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20여일만에 풀려났었다. 운동본부는 이날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탈북난민 실태파악을 위한 중국 현지조사 ▲중국의 탈북난민 강제송환 중단 ▲강제송환 계속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결정 재고 촉구 등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