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살 형편이 안되면 빌려드립니다.' 미술시장의 장기 불황으로 미술품 판매가 부진하자 그 타개책으로 일부 화랑들이 미술품 대여사업에 나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술품 대여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곳은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과 가나아트갤러리.서울옥션의 경우 병원,고급 레스토랑,개인사업장 등 40여곳에 미술품을 임대해 매달 2천만원에서 3천만원의 고정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8층 규모의 나누리병원은 지난 9월 개관하면서 로비 진찰실 현관은 물론 식당에도 서양화가 정현숙씨의 회화 13점을 설치했다. '존재와 어둠을 담금질하는 빛'이라는 주제로 작품 설명까지 붙여놨다. 병원측은 서울옥션과 협의해 '그림이 있는 병원' 프로그램을 개발,연중 네 차례 기획전을 열기로 했다. 임재현 나누리병원 부원장은 "환자들이 그림을 보며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 그림 자체에 흥미를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 갤러리아백화점에 있는 일식당 '이즈미'도 유화와 판화 14점을 설치했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신라호텔 조선호텔 제일기획 오크밸리 춘천CC 등 10여곳의 대형 사업장에 작품을 대여하고 있다. 미술품 대여사업은 특정 공간의 동선 분위기를 고려해 그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설치하는 '맞춤식' 형태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유명 작가 작품을 걸어둬 흔히 '이발소 그림'이나 포스터에서 느낄 수 없는 고품격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월 대여료는 보통 작품가격의 3%선에서 이뤄지는데 작품의 질과 수에 따라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3백만원까지 다양하다. 3개월 또는 6개월마다 작품을 교체해줘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수진 가나아트갤러리 부장은 "판매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랑측으로서는 대여사업으로 매달 수천만원의 고정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