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연락할 사람도없어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것에 겁이 났어요." 5일 어머니의 시신옆에서 6개월을 혼자 생활해온 사실이 밝혀진 중학생 송모(15군의 말이다. 10대가 시신 옆에서 반년을 살았다는 충격과 함께 우리 사회가 주변에 얼마나 무관심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어서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송군은 5년전 아버지가 숨진 뒤 단둘이 살아온 어머니(45)가 지난 5월말 지병인 당뇨병이 악화돼 쓰러지자 학교를 조퇴하며 병간호를 해왔다. 그로부터 약 1주일 후인 6월4일 오전 학교에서 돌아와 안방을 들여다 본 송군은 어머니가 움직이지 않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음 감지했다. "엄마가 움직이지 않아 손을 만져봤는데 죽은 것 같았어요" 그 후 송군은 기초생활 수급대상자로 한달에 3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통장과 도장을 어머니가 숨져있는 방안에서 가지고 나온 뒤 그동안 문을 잠가 두었다 그리고 통장에 있던 돈을 찾아 끼니를 때울 라면과 식료품을 사고 도서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다 보며 시간을 보냈다. 집세가 밀려 가스와 전기가 끊겼기 때문에 어둡고 찬 방에서 지내야만 했던 송군은 "지난 10월에는 날씨가 추워져 겨울이불을 덮고 싶었는데 이불이 문을 잠근 엄마방에 있어서 여관에 가서 잤고 집에 다시 돌아온 뒤로는 옷을 끼어입고 잤다"고 말했다. 송 군은 지난 겨울까지 서울에 있는 이모와 연락을 했지만 엄마가 죽은 뒤 이모전화번호를 알 수 없고 집이 어딘지도 몰라 이모에게조차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송 군은 어머니가 숨졌다는 사실보다는 숨진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더 큰 부담을 느꼈다. 송군의 이같은 생활을 주변에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송군이 장기 결석을 하자 지난달 한차례 집을 방문한 담임교사도 방안에 송군의어머니가 숨져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지만 담임교사는 "어머니가 3개월전 돈벌러 갔다. 안방은 너무 지저분하다"는 송군의 말에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송군 가족이 구입해 먹던 정부양곡이 배달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은 동사무소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도 2차례 방문했으나 문이 열리지 않고 우편물만 쌓여 있자 '무단 전출 했겠지'라고 짐작했을 뿐 집안에 시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 9월부터는 무단전출로 여겨져 정부보조금까지 끊겼다. 집주인을 비롯 이웃들도 학교 친구들도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송군은 수많은 이웃들의 무관심속에서 이렇게 6개월을 홀로 살았다. '무섭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송군은 "오히려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것이 나았다"고 말했다. 송군의 불안한 생활은 지난 4일 저녁 겨우살이를 걱정해 보일러를 고쳐주기 위해 방문한 선생님에 의해 발견되고서야 끝이났다. 송군은 4일 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일단 선생님들과 함께 여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송군의 재학중인 중학교의 이덕남(50) 교감은 "집세가 밀려 송군이 갈 곳이 없다"며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송군이 기거할 곳부터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말했다. (이천=연합뉴스) 신기원 기자 lalal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