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간 법적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신경전 또한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정 명예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주식매입 동기가 순수했느냐는 점과 매입 과정이 합법적이었느냐는 점. 양측은 이를 놓고 언론에 연일 호소문 형태의 보도자료를 보내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3일 '진실을 밝힙니다-정상영 명예회장의 석명서'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엘리베이터 주식 매입은 현대그룹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며 이를 김문희씨(현정은 회장의 어머니)가 행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은 A4용지 13페이지 분량의 글을 통해 고 정몽헌 회장과 현대 전문경영인들의 부탁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게 된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통해 엘리베이터 지분 12.82%를 은밀히 매집했다는 김문희씨측의 비난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9월 초 현 회장이 상속을 받지 않는 쪽으로 결심한 듯해서 정 명예회장은 정몽헌 회장의 채무를 대신 갚아주고 자신이 담보로 맡긴 주식을 되찾기 위해 2백90억원을 마련했다는 것. 이 때 마침 현대 경영진이 현대상선 경영권도 함께 방어해줄 것을 요청해와 사모펀드를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사모펀드로 현대상선 주식을 샀지만 현대상선의 경영권 위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돼 주식을 팔고 대신 엘리베이터 주식을 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문희씨가 정몽헌 회장의 빚을 갚고 담보로 맡긴 자신의 엘리베이터 지분(12.5%)을 찾아가려 하자 정 명예회장이 화를 냈다는 김씨측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정황을 들어 반박했다. 정씨 일가가 제공한 다른 담보(80억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엘리베이터 주식만 찾아가려고 한데 따른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이 빚어진 것은 김문희씨가 대주주로서 경영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단적인 예로 김문희씨의 남편으로 지난 2000년부터 현대상선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현영원씨의 사례를 꼽았다. 대주주의 남편이란 이유로 부실 경영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밖에 정 명예회장은 김씨가 현정은 회장 등 유족들에게 공증을 통해 지분 양도를 약속했지만,이런 형태의 증여는 사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 명예회장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정은 회장측은 "애초부터 '현대경영권 보호'는 거짓말이었다"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