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휴대폰 등 이미 몇몇 분야의 디자인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루이지 페라라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회장(캐나다)의 한국 디자인에 대한 평가다. 그는 4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디자인 코리아 2003'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내한했다. 2001년 이후 이번이 세번째 서울 방문이다. 페라라 회장은 "인천국제공항 자체도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인 디자인"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한국은 이미 단순히 제품을 제조하는 데서 벗어나 디자인을 개발하고 더 나아가 가치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진정한 디자인은 단지 모양과 크기 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패턴까지 바꿔놓는 아이디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자인이 사람들의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국가적 부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 기업과 디자이너들은 보다 자신감을 갖고 독창성을 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캐나다와 한국에서 높은 수준의 한국 디자이너들을 많이 봤다"며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자신을 홍보하는 적극적인 자세와 자신감이 부족했고 한국 기업들 역시 지나치게 해외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전문회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한국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가 배출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페라라 회장은 이번에 참석하는 '디자인 코리아 2003'행사 중 하나인 국제디자인컨퍼런스에 대해 "각 국가의 디자인 정책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적 구성원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고 평가했다. 또 "주요 관심사는 중국으로 대변되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 변화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라라 회장이 이끄는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는 지난 1957년 설립된 국제 디자인조직으로 세계 45개국의 디자인센터,디자인스쿨 및 교수,디자이너,기업을 아우르는 단체다. 페라라 회장은 지난 9월부터 2년동안 회장직을 맡는다. 그는 "현재 세계 디자인계는 오는 2005년께 ICSID와 국제그래픽디자인협의회(ICOGRADA)를 통합해 '국제디자인연합'을 탄생시킬 예정"이라며 "세계 본부를 유치하려는 14개 후보도시 중 성남시도 강력한 후보"라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