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400만-이제는 신용이다] 제1부 : (3) 가족 신용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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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가족동반 신용불량 늘어난다 ]
K씨(31)가 친구들과 함께 호기심에 경마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초.
'재미삼아' 시작한 경마는 '중독'이 됐고 어느새 현금서비스 연체액만 3천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결국 아내가 자신의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남편의 연체금 중 2천6백만원을 대신 갚아줬다.
K씨 부부는 이같은 '부부간 돌려막기'로 1년을 버텼다.
하지만 '돌려막기의 종말'은 예상보다 빨랐다.
올 초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일괄 축소하자 남편은 지난 4월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두 달 뒤 부인도 같은 신세가 됐다.
◆ 잠재 신용불량자 1천만명 =최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신용불량자 현황자료'에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여성 신용불량자의 증가속도가 남성 신용불량자 증가세를 앞지른 것.
30대 여성의 증가율은 4.46%로 30대 남성 증가율(2.55%)의 두 배에 육박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이동기 과장은 "남편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부인이 대출이나 현금서비스를 받았다가 함께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신용불량 가족화' 현상은 '한국적 정서'와 관계 깊다고 말한다.
아들과 딸의 카드빚은 부모에게, 남편의 채무는 부인에게 전이(轉移)된다는 것.
상명대 이명식 교수(경영학)는 "신용불량자 한 명의 빚을 갚기 위해 가족들까지 채무부담을 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잠재적 신용불량자는 1천만명(신용불량자 3백59만명직계가족 3명 적용시)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 대환대출, 현대판 연좌제 =연대보증을 섰다가 온가족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용카드 '대환대출'이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환대출이란 신용카드 연체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해 주는 제도.
통상 대환대출을 받기 위해선 가족이 보증을 선다.
이 대환대출마저 연체되기 시작하면 보증인은 빚독촉에 쫓기게 되고 결국 이곳 저곳에서 '고리급전(高利急錢)'을 끌어쓰게 된다.
이동기 과장은 "보증채무 자체는 신용불량자 등록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보증인 대다수가 빚을 대신 갚기 위해 신규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 우려되는 가계부실 ='신용불량 가족'의 증가세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부채상환 능력'의 저하와 맞물려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개인부문(가계+민간비영리단체+소규모 개인기업)의 '부채상환능력(금융자산/금융부채)'은 2.07배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80년 이후 최저치다.
일본(3월 말 3.96배)이나 미국(6월 말 3.45배)에 비하면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가계의 40%가 빚 갚을 능력을 상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국내 가구 10곳 가운데 4곳은 부채규모가 가처분소득과 자산을 합친 금액보다 많아 사실상 채무상환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은 신용불량자 문제로부터 불거진 가계부실이 내년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원이 만든 '가계부실지수'는 지난해 2분기 157.4를 기록한 후 올 3분기에는 190.9까지 높아졌다.
"내년 1분기와 2분기에는 195∼196 수준이 될 것"이란게 연구원측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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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규ㆍ안재석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