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원재훈이 시집 '딸기'(문학동네)와 수필집 '내 인생의 밥상'(바다출판사)을 동시에 내놨다. 고단한 일상에 스며 있는 그리움과 연민을 시로 끌어올리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연민 어린 눈으로 가족과 친구,주변의 소소한 사물들에 사랑과 교감을 전한다. '사방팔방을 휘저으면서 겨우 살아갈 몇 푼의 돈을 손에 쥡니다/버려진 풀 한포기 따위는 생각나지 않습니다/…/그저 툭 던져져 있는 풀포기 같은 사람이여/언제쯤 제가 당신의 손목을 잡았듯이/그 아픈 풀 한 포기를 내 마음밭에 심을는지요'(시 '딸기' 중) 시인 박해석은 "고난한 생활의 한가운데 서 있는 그의 시들은 그만큼 안쓰럽고 처연하다. 그러나 시인은 내가 미워했던 것이 그 사람의 얼굴에 끼어 있던 삶의 때,먼지,얼룩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아픔이며 나의 상처라는 깨달음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읽어낸다"고 말했다. 수필집 '내 인생의 밥상'에서는 시인의 인생에서 소중했던 추억들을 음식과 관련지어 끄집어낸다. 평생 방랑자로 살았던 큰아버지와 먹었던 짬뽕,지금은 몸져누운 선배와 함께 영등포 사창가에서 먹었던 기계국수 한 그릇,곽재구 시인과 광주 금남로에서 먹었던 갈치구이 한토막,원고 청탁을 위해 찾았을 때 아동문학가 권정생이 내놓은 밥 한 공기와 간장 한 종지 등 그가 만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여 있던 음식과 그 음식에 어려 있는 추억을 담아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