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즐기는 최대 명절 중의 하나인 추수감사절(27일) 다음날인 지난 28일부터 연말 쇼핑시즌이 시작됐다. 미국 최대 소매할인점인 월마트나 최대 장난감 할인점인 토이저러스 등은 연말 세일 기대에 부풀어 있다. 투자자들은 연말 소비가 어느 정도 늘어나고 세일 분위기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때마침 시장에 반가운 뉴스가 날아 들었다. 지난 25일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가 추정치를 웃도는 8.2%로 발표됐다. 지난 2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추정치(7.2%) 자체가 놀랄 만한 수준이었지만 그것마저도 앞질러 미국 경기 회복세가 완연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입증했다. 같은 날 발표됐던 뉴욕 컨퍼런스보드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도 91.7로 치솟았다. 지난 2002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심리도 달아올랐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은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두가지 호재가 발표된 지난 25일 다우지수는 고작 16포인트 올랐다. 나스닥은 오히려 4포인트 떨어졌다. 하루 전 달러강세에 힘입어 다우가 1백포인트나 오른 것에 비하면 투자자들의 반응이 차가웠던 것이다. 게다가 3분기 기업 수익이 30%나 늘었다는 호재까지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냉정했다. 투자자들은 경제지표 호전 재료가 시장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실제로 올들어 나스닥은 40% 이상, 다우는 20% 가까이 오른 상태다. 호전된 경제지표와 소비자심리를 소비로 부추기기 위한 할인점들의 노력은 불이 붙었다. 이번 쇼핑 시즌에서 인기있는 장난감으로 떠오른 런웨이 디스코의 경우 월마트는 99.97달러에 팔고 있었다. 월마트에 이어 2위 할인점인 타켓이 똑같은 장난감 가격을 64.88달러로 내걸자 월마트는 다음날 즉각 64.88달러로 내리는 등 살인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베어스턴스의 소매시장 분석가인 케네스 길핀은 연말 세일이 작년보다 3~4% 늘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연말 세일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작년에는 전년에 비해 2% 증가하는데 그쳤다. 9·11테러의 충격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자만족지수를 내고 있는 클라에스 포넬 교수는 "작년보다는 낫지만 경기침체가 시작된 지난 2001년 이전만은 못할 것"이라며 "4분기에 대폭적인 소비증가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말 세일이 실망스러울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소비자연합이 26일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34%가 연말 소비를 작년보다 줄이겠다고 답했다. 1년 전 조사 때보다 13%포인트나 높아졌다. 소비를 늘리겠다는 사람은 15%에 불과했다. 미국의 연말세일은 연간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하곤 했다. 하지만 가격에 유난히 민감해진 소비자들은 연중 내내 초저가 세일을 찾아다니기 때문에 과거처럼 연말에 쇼핑이 집중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말 소비에 관심이 집중되는 12월이 시작됐다. 시장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어느 정도 열릴 지 주목하고 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