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3월 대한생명의 '레이디암보험'에 가입,매달 월 6만4천원의 보험료를 납입해오던 김영아씨(35·가명)는 최근 급하게 돈이 필요해 이 보험계약을 담보로 3백만원을 빌렸다. 이처럼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회사에서 약관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은행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억제로 소액 급전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생명보험협회의 조사 결과 국내 23개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 9월말 현재 15조8천9백76억원을 기록,2002년 9월말(12조5천6백82억원)에 비해 3조3천2백94억원(26.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관대출은 자신이 기존에 납부한 보험료를 담보로 대출받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 담보를 잡거나 보증인을 세울 필요가 없다. 또 대출 시점에서 산출한 해약환급금 범위내에서 최고 80∼95%까지 자유롭게 대출받을 수 있다. 약관대출은 계약자 권리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대출 한도는 상품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보험상품별 대출 금리는 연 5.5∼12.0%로 현금서비스나 카드론보다 훨씬 저렴하다. 보험계약을 갖고 있다면 수수료율이 20%를 웃도는 카드 현금서비스보다 약관대출을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통상적으로 저축성보험의 약관대출 금리가 낮고 보장성보험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ING생명의 경우 모든 약관대출에 대해 6.5∼6.8% 수준의 낮은 금리를 책정하고 있기도 하다. 전화 한통화로 신속하게 대출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출 문턱이 아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에는 각 보험사들이 발급한 보험카드로 은행 ATM(현금자동입출금기)에서 대출금을 직접 인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아울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대출받을 수 있으며 인터넷뱅킹 텔레뱅킹을 활용해 원리금을 납입할 수도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에다 통상 1∼3%의 마진을 붙인 것이어서 보험사 입장에서도 크게 도움이 된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대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럭키생명은 약관대출 가능금액을 정기적으로 안내해주고 있으며 뉴욕생명은 보험료 납입이 어려운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자동대출납입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내기 어려울 때 약관대출을 받으면 이 대출을 통해 보험료가 자동으로 납부되도록 한 것이다. 생보사에선 거의 모든 상품을 담보로 약관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손보사의 경우 주로 장기보험 계약자들만 이 대출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생보협회 정량 팀장은 "무보증·저리의 조건으로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약관대출 규모는 향후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