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미군 주도의 연합군에 대항해 이라크의 저항세력들이 21일 변변찮기 이를 데 없는 수단에 의존, 연합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테러공격을 가했다. 저항세력이 이용한 변변찮은 수단이란 바로 당나귀 수레. 저항세력들은 4대의 당나귀 수레에다 건초 따위로 로켓발사기 적재물을 은폐해 바그다드내의 철통같은 안전을 자랑해온 팔레스타인 호텔에 로켓 공격을 가했다. 한국의 국회조사단이 투숙한 팔레스타인 호텔은 두터운 콘크리트 장벽에 둘러싸여 미군 탱크의 호위를 받아오면서 바그다드내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왔으나 21일 당나귀 수레에서 발사된 로켓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로켓발사대를 실은 수레 1대는 바그다드 주요 상업지역의 한 경찰서 앞에 서 있었으며 다른 1대는 티그리스강의 주요 교량 가운데 한 곳 근처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2대는 이를 수상히 여긴 행인들에 의해 발각됐다.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수상한 사람이 수레를 두고 황급히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 한 상점주인은 곧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또 다른 수레 1대도 이를 수상히 여긴 행인들의 신고로 발각됐다. 건초를 실은 수레나 마차가 지나다니는 것은 이른 아침 바그다드 시내에서 지극히 흔한 광경이어서 미군 지휘관들도 저항세력들의 교묘한 위장술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당나기 수레에는 자동차용 배터리에 의한 타이머 퓨즈가 장착된 로켓발사장치가 건초 등으로 위장돼 있었으며, 발사장치는 콘크리트로 밀봉된 10개의 관이 3줄로 배열돼 있다. AFP통신의 기자는 팔레스타인 호텔을 겨냥한 로켓 발사에 이용된 수레에 당나귀가 그대로 매여져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이 기자는 당나귀의 뒷다리 가운데 한쪽이로켓 발사로 인해 화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당나귀 수레를 이용한 로켓 발사대는 지난달 26일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등이 투숙한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로켓공격으로 미군 대령 1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한 사건에 이용된 무기 만큼이나 독창적이라고 미군관계자들이 지적했다. 지난달 알 라시드 호텔에 대한 로켓 공격에는 비상발전기를 적재한 듯한 트레일러가 이용됐는데, 단전(斷電)이 일상화된 바그다드에서는 비상발전기를 싣고 다니는 것이 당나귀 수레만큼이나 일상화 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교묘한 위장술을 이용한 저항세력의 공격 앞에 연합군의 '안전지대'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 (바그다드 AFP=연합뉴스)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