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철강 증자통해 설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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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은 권호성 AK캐피탈 회장의 연합철강 지분을 매입,지난 18년 동안 좌절됐던 연합철강 증자의 숙원을 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권호성 회장이 주식 매각대금으로 지난 19일 실패한 한보철강 인수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합철강,공격경영 길 열려
연합철강 창업자이자 권 회장의 선친인 고 권철현 회장은 지난 77년 유신정권과의 갈등 등을 이유로 회사 경영권을 국제그룹에 빼앗겼다.
이후 국제그룹이 공중분해되고 연철은 다시 86년 동국제강에 넘어갔으나 권 회장은 끊임없이 경영권 회복 노력을 펼쳤다.
특히 권 회장은 동국제강이 연합철강 성장을 위해 증자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수권자본금 증액을 위한 정관변경안에 동의하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양측의 갈등은 매년 철강업계 주주총회의 하이라이트였다.
양측의 갈등을 푼 것은 권 회장의 아들인 권호성 AK캐피탈 회장.AK캐피탈은 권 회장이 연합철강 지분을 매각한 것은 한보철강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2대에 걸친 갈등을 대승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1일 주식거래에 따라 지난해 8월 권 회장측이 증자안을 막기 위해 제기했던 각종 민사소송도 취하할 것으로 보여 연합철강의 증자의 걸림돌은 완전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연합철강의 증자가 이뤄지지 않아 신규 시설투자와 사업확장 등이 큰 차질을 빚었다"며 "이번 주식인수로 연합철강의 경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철강은 연산 1백30만t 규모의 냉연강판 생산능력 확충은 표면처리 강판 등 고부가 제품의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내 현지공장 설립 및 확장사업도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보철강 인수 불씨 살리나
동국제강과 권호성씨 일가의 '구원(舊怨)'을 고려할 때 연합철강 주식 매각결정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전격적으로 계약이 성사된 것은 권 회장이 한보철강 인수의 강한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연철 지분 매각으로 마련된 7백66억원을 포함,AK캐피탈은 모두 1천1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은행권 신디케이트론 3천3백억원과 군인공제회 5백억원,하이스코 3백80억원 등 이미 끌어들였던 자금까지 포함할 경우 4천5백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주식매각으로 AK캐피탈로서는 법원에 한보철강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강한 확증을 보여준 셈이다.
문제는 법원이 한보철강에 대해 다음달 중 재입찰을 실시한다는 방침을 밝힌데다 이미 계약무효를 밝힌 상황이라는 점.AK캐피탈에 다시 한 번의 기회가 돌아가기 어렵다는 얘기다.
철강업계는 그러나 한보철강 매각이 7년 넘게 표류하고 있고 재입찰에 들어갈 경우 1년 이상의 시간이 추가 소요된다는 점을 법원이 감안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주식매각에는 권 회장의 다른 '뜻'이 숨어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선친인 고 권철현 전 연합철강 사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마련과 그동안 한보철강 인수를 위해 투입한 비용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