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SK(주) 경영진 교체" 선언] 47兆그룹 '좌지우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의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것은 외국인이 표 대결을 통해 국내기업의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SK(주)는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소버린이 이사진 교체에 성공할 경우 고작 1천7백68억원을 투자한 외국 펀드에 의해 자산 47조원(작년말 기준) 규모 기업의 경영권이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 이사회 장악 시도 본격화
제임스 피터 소버린자산운용 대표(CEO)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소버린은 투자자이지 경영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SK㈜의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유능하고 윤리적인 한국인 이사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기업인수합병(M&A) 논란을 피하면서도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인물들로 이사진을 구성, SK㈜를 간접지배하겠다는 의도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 SK "경영권 방어 문제 없다"
내년 정기주총에서 임기만료돼 재선임해야하는 이사는 손길승 그룹 회장, 황두열 SK㈜ 부회장, 김창근 회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3명의 사외이사 등 모두 6명이다.
최태원 회장은 임기가 남아 있어 특별결의(참석주주의 3분의 2 찬성)가 이뤄지지 않는 한 내년 주총 이후에도 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SK㈜에 대한 최태원 회장과 SK 계열사의 지분은 15.93%로 소버린의 14.99%보다 높다.
SK측은 직접 지배지분 이외에도 자사주 10.41%와 우리사주 4.3% 등 우호지분을 합쳐 모두 35.54%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버린측은 추가매입 계획이 없지만 다른 외국인 주주를 포함한 소액주주들과 연대할 방침이다.
결국 소버린을 제외한 외국인 지분 26.30%와 기타 기관투자가 및 소액주주 지분 25.17%가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에 따라 향배가 달라진다.
◆ 소버린 "자사주는 모든 주주 소유"
최 회장 일가가 가능하면 주식을 더 사겠다고 한데 이어 소버린이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일 계획이어서 양측의 지분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의결권이 없는 SK㈜의 자사주 10.41%의 향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피터 대표는 "SK㈜의 자사주 10.4%는 모든 주주들의 소유"라고 두 세 차례 강조, SK측이 이를 '백기사(경영권 방어를 돕는 제3자)'에게 넘길 경우 소송 등 법정대응에 나설 뜻을 비쳤다.
자사주 10%가 중립적인 지분으로 남을 경우 최 회장 일가보다 훨씬 많은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와 주가보호를 위한 수단인만큼 회사의 이익이 되도록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혀 우호적인 기관투자가에 넘길 방침임을 시사했다.
정태웅ㆍ김미리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