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LG카드에 총 2조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LG카드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그룹 오너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1조원을 추가로 투입하겠다는 LG그룹측의 최근 발표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또 12조원이 넘는 차입금을 떠안고 있는 LG카드가 쓰러질 경우 은행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 LG카드에 2조원 지원


LG카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8개 은행에 2조원의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총 10조4천억원의 카드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이에 우리, 국민, 신한, 하나, 조흥, 농협, 산업, 기업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18일 회의를 갖고 은행별 지원 규모를 할당하는 한편 LG카드와 담보 제공 및 지원금 상환 등에 대한 약정을 빠른 시일 내에 체결키로 합의했다.


은행들은 지난 14일 현재 각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LG카드 채권비율에 따라 지원규모를 결정키로 했다.


각 은행별 지원규모는 국민은행 5천억원대, 산업은행 4천억원대, 신한 우리 조흥은행 각 2천억원대, 하나 농협 기업은행 각 1천억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방식은 은행별로 LG카드에 대한 여신한도(크레딧 라인)를 설정해 놓고 LG카드가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끌어쓰는 방식이다.


LG카드는 신규로 지원되는 자금에 대해 연 7.5% 정도의 금리를 제공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분할해 상환할 방침이다.


한편 은행들은 신규자금 지원 외에 올해말까지 돌아오는 LG카드 만기채권도 당분간 연장해 주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 대주주 확약서가 필요하다


은행들은 '퍼주기식' 신규자금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LG그룹측이 먼저 LG카드를 확실히 살리겠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자금지원도 가능하다"는게 채권단 관계자의 얘기다.


이를 위해 채권단은 LG그룹측이 올해안에 1조원의 자본확충을 끝내겠다는 확약서를 채권단에 제출토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LG카드 지원을 위해서는 LG그룹이 LG카드를 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에 보여 줘야 하는 만큼 가급적 빨리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며 "현재 LG카드의 계획은 내년 상반기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증자 대금 1조원을 연말까지 미리 납입하도록 LG측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총 1조원에 이르는 LG카드 자본확충을 위해 구본무 회장 등이 지주회사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 남기고 모두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내달께 약 3천억원(3천7백만주)의 유상증자가 완료되고 늦어도 내년 1분기중 추가로 7천억원의 자본확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 회장이 측근들에게 'LG가 카드회사 하나 못살리면 국내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겠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 LG카드 살리기, 다음 계획은


금융계는 'LG카드 살리기'를 위한 다음 단계로 투신사의 LG카드채권에 대한 만기연장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카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투신사 사장과 임원단에게 재무구조 개선안과 경영 계획 등을 설명하고 정상화를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LG카드가 재무현황과 앞으로의 경영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로 투신권에 대한 만기 연장 요청은 없었다"며 "하지만 은행이 2조원을 신규 지원한 마당에 정부가 투신권에도 직간접적으로 LG카드채 만기를 요청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LG카드는 은행권의 도움으로 유동성 위기를 일단 넘긴 후에는 '투자유치'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LG그룹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수신기능을 가진 국내외 금융사로부터 투자자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LG카드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금융사는 씨티은행, 캐피털 그룹 등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준ㆍ최철규ㆍ조재길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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