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가 절정기에 그린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사진)'에 등장하는 신선 같은 인물은 단원 자신이다. 방건을 쓰고 당비파를 켜는 인물 주변에 붓과 벼루 파초 호리병 골동품 서책 화선지가 배치돼 있는데 '풍류 정신'을 구현해 낸 걸작이다. 당대 최고의 화원이었던 단원은 그림뿐 아니라 시·서·악(樂)도 수준급이었다고 한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의 설계로 새로 단장한 서울 인사동 학고재가 20일부터 재개관전을 갖는다. '유희삼매(遊戱三昧)'를 주제로 조선조 선비들의 멋과 예술을 느끼게 하는 1백여점의 문인화 화첩 시 편지가 출품된다. 선비 예술의 면모는 문인화에서 두드러진다. 이정의 '묵란도',정학교와 이하응의 '석란도',조속의 '묵매도',장승업의 '묵모란도'는 사군자를 통해 선비의 지조와 품격을 표현한 작품들이다. 선비들이 애장하고 감상하던 시화첩도 여러 점 출품됐다. 겸재(謙齋) 정선의 '구학첩(丘壑帖)'은 발문과 함께 발굴되어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서화 수장과 감식에서 일가를 이뤘다는 김광국(金光國)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는 외국 그림이 3점 들어 있다는 것도 전언으로만 알려져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한국계 중국인 화가 김부귀의 '낙타도',18세기 작자미상의 일본 우키요에(판화) '미인도',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피터 솅크의 동판화 '술타니에 풍경'이 그것이다. 선비들의 예술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킨 김용준 김환기 이용우 이상범 이응노 등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도 소개된다. 12월2일까지.(02)739-493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