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저 물빛…" "우와! 저 노을…" 필리핀의 대표적인 휴양지 가운데 하나인 보라카이 섬을 찾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감탄한다.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투명한 옥색 바다와 그 바다 만큼이나 푸른 하늘, 바닷속 열대어와 땅 위의 열대수, 해변을 따라 줄지어 선 식당과 카페들에다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싼 물가…. 건기인 11월부터 2월까지는 보라카이 여행의 성수기. 환상의 섬, 보라카이로 떠나보자. 마닐라에서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를 타고 보라카이 섬 맞은 편의 카티클란 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트라이시클. 오토바이에 수레를 연결한 트라이시클은 보라카이에서 가장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다. 카티클란 선착장에서 '벙커보트'라고 불리는 배를 타고 15분쯤 달리자 보라카이섬이 눈에 들어온다. '한 일(一)자'로 길쭉하게 생긴 보라카이는 최대 길이 7㎞, 폭 1∼2㎞에 허리가 장구모양으로 잘록하게 생긴 기다란 섬. 섬 서쪽의 화이트샌드비치는 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에서도 손꼽히는 해변이다. 결이 고운 모래와 산호가루 등으로 이뤄진 백사장이 4㎞ 가량이나 펼쳐져 있다. 벙커보트는 화이트비치에 승객을 내려놓는다. 별도의 선착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편함보다는 도착하자마자 바닷물에 발을 적시는 즐거움이 더 크다. 리조트에 짐을 풀고 나면 이제 본격적인 보라카이 생활이 시작된다. 보라카이의 거의 모든 휴양시설은 '앞바다'라고 불리는 화이트비치를 따라 형성돼 있다. 리조트와 식당, 카페, 해양스포츠 강습소 겸 장비 대여소 등이 모두 앞바다와 나란히 뻗어 있는 비치로드를 따라 들어서 있다.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비치로드는 맨발로 걷기에 딱 좋다. 길 옆에는 온갖 나라의 메뉴들을 다 맛볼 수 있는 갖가지 식당과 카페들이 빼곡하다. 액세서리를 파는 좌판과 '스테이션3'쪽 뒷골목에 있는 '탈리파파'라는 재래시장도 볼거리다. 비치로드를 오가다보니 현지인 여성들이 "마사지, 마사지"하며 붙잡는다. 야자수 그늘 아래에서 받는 코코넛오일 마사지란다. 비용은 1사람당 2백50∼3백페소. 나무 그늘에 누워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고 나니 한결 가뿐하다. 여행길의 하루는 왜 이렇게 짧은지…. 벌써 해가 저문다. 바다를 붉은 빛으로 물들이는 화이트비치의 저녁 노을이 압권이다. 모두들 백사장으로 나가 노을에 취한다.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와인이나 산미구엘 맥주, 칵테일 등을 즐기면서 보라카이의 밤은 깊어간다. 다음날 아침, 화이트비치의 '아침 바다'는 또 새롭다. 바닷물이 깨끗이 청소해놓은 백사장을 걷는 기분이 참 상쾌하다. 바다에는 해양스포츠를 위한 '벙커보트'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 '린(Lynn)3'라는 이름의 벙커보트에서 내려오는 현지인 빅토르가 "호핑투어를 할 거냐"고 묻는다. 가격을 물어보니 단돈 30달러. 한국인 가이드가 안내하는 단체 호핑투어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값이다. 출발하기로 약속한 오전 8시에 만나자 점심때 '해산물 요리'를 해야 한다며 재료비 30달러를 더 요구한다. 드디어 벙커보트가 바다로 나선다. 수심이 꽤 깊은 곳까지 가도 물은 정말 투명하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낚시. 새우를 미끼로 낚시줄을 던져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드디어 느낌이 온다. 잽싸게 낚아채 끌어올리니 알록달록 예쁜 열대어다. 너무나 예뻐서 먹기엔 아깝겠다 싶을 정도다. 낚시 다음엔 스노클링이다. 물안경을 끼고 바닷물에 머리를 담그니 형형색색의 물고기떼가 한 눈에 들어온다. 마치 수족관에 들어온 느낌이다. 준비해간 식빵을 조금씩 던져주면 고기떼를 몰고다닐 수도 있다. 제트스키나 세일링 보트, 바나나보트, 스쿠버다이빙 등을 즐기다보면 어느덧 점심시간. 벙커보트를 한적한 해변의 레스토랑 앞에 대더니 요리를 시작한다. 랍스터, 게, 대하, 쌀밥, 과일모듬 등으로 차린 상이 제법 그럴싸하다. 해가 지면 비치로드는 다시 북적댄다. 탈리파파 시장을 한참 구경하는데 정전이 돼 사방이 캄캄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촛불을 켜거나 전기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기다린다. 별이 쏟아지는 바다에서 밤낚시를 하는 사람들, 백사장이나 카페에서 술과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보라카이는 그렇게 흥겹고 여유롭다. 보라카이(필리핀)=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