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채권 ‥ CD 발행 30兆원 돌파…사상최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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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 은행의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은행에서 발행한 채권)가 넘쳐나고 있다.
부동자금은 풍년인데 금융권의 단기 자금사정이 빡빡해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때문에 지표금리인 국고채(3년물) 금리는 SK글로벌 사태가 터진 지난 3월 중순 이후 8개월만에 연 5%선을 눈앞에 뒀다.
은행들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대거 발행한 1년짜리 은행채의 만기가 올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차환용 은행채나 CD 발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로 인해 CD 발행잔액은 지난 10월말 30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은행채 발행액도 월간 기준으로 연중 최고수준이다.
채권 전문가들은 "CD와 1년만기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단기금리가 급등하고 장기금리도 동반 상승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회복 기대감과 정부의 추경예산 확보를 위한 국채 발행액 증가 외에 시장금리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 잔뜩 몰린 은행채 만기
4분기(10∼12월) 들어 은행채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온 가장 큰 원인은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폭증하는 담보대출 수요에 맞춰 은행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은행채를 무더기로 발행했고 그 후유증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채는 지난달 3조2천억원이 만기도래했고 이달에는 3조6천억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1분기에도 이같은 추세는 지속돼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의 은행채 만기 도래액은 18조1천억원에 이른다.
직전 분기인 올 2∼3분기(13조원)보다 5조원 이상 많은 셈이다.
◆ 흘러넘치는 CD와 은행채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온 은행채의 상환자금을 CD(91일물)와 은행채를 발행한 돈으로 메워나가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CD 발행잔액(산업은행 제외)은 31조4천8백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에 비해 1조6천억원 많고 올 들어 발행잔액이 가장 적었던 3월말보다는 9조원가량 급증한 것이다.
은행채 발행액도 크게 늘어나 올 들어 2조원 안팎에 머물던 월간 발행액이 9월 2조8천억원, 지난달에는 3조원대를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이미 1조원어치의 은행채가 새로 쏟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동성비율 하락(현금보유 감소)을 우려한 은행들이 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비율이란 유동성부채를 유동성자산으로 나눈 것이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3개월 이내인 은행채는 고정부채에서 유동성부채로 전환돼 유동성 비율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는 또 "그동안 은행채는 만기시점에 롤오버(차환발행)되는게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장ㆍ단기금리가 오르면서 차환발행이 어려워지자 은행들이 CD 발행으로 부족자금을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금리 상승세에 기름을 붓다
CD와 은행채의 이같은 증가세는 단기금리는 물론 장기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이후 CD금리는 연 3.88%에서 13일 4.25%로 급등했다.
국고채(3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연 4.0%에서 4.92%까지 치솟았다.
금성원 우리은행 신탁팀 과장은 "CD와 은행채 발행 증가로 단기 금리가 뛰고 이로 인해 국고채 등 장기금리가 밀려 올라가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민카드와 합병한 국민은행이 합병 전 국민카드가 발행한 카드채와 기업어음(CP)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채와 CD 발행시장에 가세해 금리 상승폭을 확대시키고 있다"며 "은행채 만기가 내년 1분기까지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리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