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호 동아제약 회장(77)이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직에 공식취임함에 따라 구심점을 잃고 표류해온 재계가 대선자금 수사 등 각종 현안에 적극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강 회장의 결단으로 전경련은 '회장부재'라는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게 됐다. 재계의 결집력을 회복시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데도 힘을 얻게 됐다. 강 회장이 정식 회장이 아닌 내년 2월을 시한으로 한 '3개월 대행'이라는 과도운용 체제 속에서도 어떤 색깔을 선보일지도 관심거리다. ◆ 산적한 과제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개혁 로드맵' 압박, 노동계 동투 돌입…. 강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호를 둘러싼 과제들이다.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것들이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는 검찰이 갈수록 폭을 넓히고 수위를 높여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기업들로선 어느 때보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창구를 원하고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요구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지난 10일엔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대검을 찾아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손길승 회장이 물러나면서 정치자금 문제를 모두 안고 가겠다고 밝힌 일과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자금 수사는 기업이 타깃이 아니라 정치권이라고 밝혔던 일 등은 모두 우리 경제에 미칠 과도한 악영향을 우려했던 것인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미 도를 넘어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을 앞세운 전경련이 이처럼 어려운 과제들을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재계 대표로서의 위상 회복에 부심하고 있는 전경련의 앞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일단 고비는 넘겼지만 강 회장이 회장대행에 추대된 것은 지난달 30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 이는 '회장 유고시 회장단 멤버 가운데 최연장자가 회장직을 대행한다'는 전경련의 정관에 따른 자동 추대였다. 자동추대라는 성격상 1백% 본인의 의사에 따른게 아니었던 만큼 강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고사했다. 하지만 현명관 부회장 등을 비롯한 회장단과 전경련 원로 고문단의 간곡한 요청에 결국 강 회장은 마음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회장대행에 추대된지 꼭 13일 만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 99년 10월 당시 전경련 회장이던 김우중 회장이 대우사태로 중도퇴진했을 때 최연장자인 김각중 경방 회장을 회장대행으로 선출했던 전례가 있긴 하지만 99년에 비해 현재 재계가 처한 상황이 더욱 어렵기 때문에 다시 맞는 '회장대행 체제'의 앞날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길승 회장 퇴임이 기정사실화된 이후 재계 안팎에서 제기된 '실세 회장 추대론'을 어떻게 무마시켜 나갈 것인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대행체제를 통해 소나기를 피하는 식의 임시방편은 맞지 않고 정면돌파를 통해 재계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회장직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 < 강신호 회장대행 약력 > △1927년 서울생 △서울대 의대 △한국청년회의소 중앙회 회장 △동아제약 사장 △라미화장품 회장 △동아제약 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 △한국제약협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